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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2)축소이전/노정섭

관리자 기자  2005.02.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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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이전(縮小移轉)


공간을 줄여 이사하는 것이
몸무게를 빼는 것만큼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노 정 섭

·88년 원광치대 졸
·현) 남원 노치과의원 원장

개원 15년째를 맞이하여 치과를 줄여서 이전 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전이라 함은 확장이전을 생각하기 때문에 축소이전에 대하여 부연 설명하는 것이 무척 난감하였다. 거의 20여 평을 줄여서 이사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공간배분을 하는 일이 가장 큰 일이었다. 이전에 사용하던 곳이 50평이 넘었기 때문에 아주 방만하게 공간을 활용하였으나 이제는 단 한 뼘의 공간도 낭비 할 수가 없었다.
원장실은 아예 없애 버렸고 간호사실, 소독실, 기공실을 통합해서 하나로 만들고 창고와 기계실도 합하여 하나로 만들고 몇 조각의 공간을 벌어보자고 멀쩡하던 에어콘과 온풍기도 버리고 한개의 냉온풍기로 통합하였다.


방사선실과 기계실을 제외한 모든 구역에 문도 모두 없애버렸다.
실로 15년의 개원 경험에도 불구하고 유니트 체어 5개와 파노라마, 직원 5명을 유지할 공간을 32평에 만들기란 수월하지 않았다. 특히 아쉬운 것은 대기실이 좁아서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이번 이전을 통하여 공간을 줄여 이사하는 것이 몸무게를 빼는 것만큼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전을 계획하고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짐을 줄이는 일 이었다, 그중 1순위는 책이었는데 평소에 도무지 버리지 않는 습관이다 보니 대학시절 교과서, 15년간 모은 학회지, 석·박사 논문 소장본까지 무려 1톤 트럭 한대 이상의 책을 버렸고, 수 백 장의 레코드 판과 턴테이블, 원장실에 있던 모든 가제도구, 나중에는 버리는 일이 중독이 될 정도가 되었다.


그러면 왜 나는 이렇게 궁색한 이전을 해야만 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개원하고 있는 바로 옆에 내과, 안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장문외과 그리고 치과 이렇게 6개의 의원이 모인 건물이 지어졌다는 것이다. 내가 옮겨가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가 오게 되었을 것이고 그 사람이 주변에 개원하고 있던 사람이 라면 별로 많은 영향이 없겠지만 신규 개원의가 들어왔다면 꽤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건물을 설계하고 이전제의가 들어 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이전을 결정했다.


두 번째 이유는 농업을 위주로 하는 소도시의 경제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내가 남원에 처음 개원했을 당시 치과가 7개이었고 시군을 합하여 인구 13만이었으나 현재는 치과는 17개이고 인구는 8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인구가 줄어드는 주요 이유는 부족한 일자리와 농업의 쇠퇴이겠으나 교육여건의 악화도 인구감소에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여건의 혁신적인 변화가 없다면 학령기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고 교정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나로서는 학생들의 감소가 매출의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에 축소이전의 또 한 가지 이유가 된다.


지면을 통하여 나의 이전 소회를 적은 이유는 존경하는 교수님, 선배님 그리고 사랑하는 동기들, 동료치과의사들과 후배들에게 개별적으로 이전 인사를 하지 못한 미안함을 면해보려고 함이니 이점 널리 양해 해 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