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권호근 교수의 윤리교실(5)]귀한 직업과 경건한 직업

관리자 기자  2005.02.28 00:00:00

기사프린트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가 자주 강조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직업에는 귀천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흔히 육체노동자들은 천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정신노동자는 귀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이다. 과거의 경우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이 혼합된 치과진료는 한국인들의 정서나 기준으로 보면 귀한 직업으로 간주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최근의 치의학의 발달과 치과의사의 경제적 수입 증가로 치과의사는 아무나 되기 힘든 귀한 직업으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직업의 경건성이 배제된 채 경제적 수입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되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에 치과의사가 귀한 직업이라고 간주된다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경제적인 수입이 줄어들면 치과의사란 직업은 언제든지 천한 직업으로 전락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글은 치과의료 윤리 과목 수강 후 치과대학생이 쓴 윤리 에세이의 일부이다.


 ‘ 사실 학생 시절에 돈을 내고 내가 직접 구두를 닦아본 적이 없던 나인지라 구두 닦는 아저씨가 구두를 닦는 과정을 그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자세히 들여다 본적은 솔직히 그때가 거의 처음이었다. 옆에 앉아 구두가 모두 닦여지길 기다리며 그 아저씨가 구두에 광을 내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솔직히 내심 감탄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햐~ 어찌도 저리 정성스럽게 닦을까.”
 솔직히 구두를 닦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란 것이 객관적으로 높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하지만 난 그가 구두를 닦는 과정을 바라볼 때마다 가슴 속에서 언제나 그의 구두를 닦는 모습을 가장 적절히 묘사할 만한 한 단어가 떠오르곤 했다.


그 단어는 바로 “경건”이란 단어였다. 그래, 사람이 구두만 정성껏 닦아도 정말 그 사람이 경건해보이고 귀해 보이더라는 것이 솔직한 나의 구두 닦는 모습을 바라본 감상이다.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28년을 살았어도 내 머리로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인의 정신상태를 열거하자면 많다만 그 중에 하나를 나보고 꼽으라면 난 “먹물근성”을 들고 싶다. 바로 그 먹물근성이 손으로 일하는 것을 천시하는 사회 기풍을 낳았으며, 사회 곳곳에 마이스터의 양성을 가로막아 과학기술의 발전에 근본적인 걸림돌이 됐다고 생각한다. 의과대학이 은근히 치과대학을 무시하는 것도 아마 그런데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구두만 정성껏 닦아도 경건해 보이는데 하물며 타인의 입에 들어갈 보철물을 만들고 치아를 깎는 치과의사나 기공사는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아마도 세상에 귀한 직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귀하게 만드는 그 것을 행하는 이의 마음에 달린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해 본다.
그렇다 이 학생의 말 대로 오늘 날에 있어서는 천한 직업과 귀한 직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직업을 행하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행동에 달린 것이 아닐까? 필자는 치과의사란 직업이 미래의 모든 치과의사와 국민모두에게 귀한 직업이라기보다는 경건한 직업으로 인식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