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월 25일 취임 2주년 기념 국정연설에서 의료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 내용으로는 연간 10억달러(1조원)의 외화유출을 막고 오히려 돈을 벌어들일 수 있게 고급 의료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개방과 규제완화를 하겠다고도 했다.
의료산업은 의당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돼야 한다. 그 본질적인 목적이 외화획득이 아니라, 전체 국민의 건강보장이라는 사실 또한 너무도 자명하다. 그러했기에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가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노대통령의 얘기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와 희망을 가졌었다.
그런데, 현 정권은 지난 2년간 추진한 각종 보건의료정책을 통해 국민의 건강보장 위협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어떤 정권보다도 의료의 상업화, 영리화를 급격하게 진행시키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진료비를 제맘대로 정할 수 있는 외국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했고, 건강보험의 존립을 뒤흔들 수 있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 일각에서는 국내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허용,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등을 언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정부 정책방향이라면, 의료인 역시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의료윤리 등은 내팽겨치고, 오로지 ‘돈’만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우기, 대통령이 정책기조의 근거로 삼은 ‘해외 유출 의료비 1조원’조차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거짓 통계여서, 정부의 정책이 기본적인 통계확인도 없이 졸속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하겠다.
1조원이라고 하는 숫자는 지난 2002년 한 병원장이 경제일간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언급한 것으로 객관적인 근거를 가진 수치가 아니다. 미국 상무부의 공식통계에 따르면, 미국 병원이 2002년 한 해 동안 외국환자 진료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의 합계가 1조2천억원이다. 따라서 미국 병원을 이용하는 외국환자를 모두 한국인이 채우지 않는 이상, 1조원이라고 하는 수치는 나올 수가 없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우리나라 국민이 미국의료를 이용하는데 지출한 비용을 2004년에 직접 조사한 결과, 최대 1천억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철 지난 거짓 통계를 내세우면서까지 주장하는 오늘의 상황은 ‘누구를 위해서인지?’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현 정부가 부디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가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던 초심으로 돌아가서 오늘의 상황을 되돌아 보기를 간곡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