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근서 강남권으로… 2시간 출퇴근 감수
신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여째.
본격적인 개학을 맞아 분주해진 자녀들과 함께 아침, 저녁 출·퇴근길이 덩달아 바빠진 치과의사들이 많아졌다. 심지어 자녀의 개학을 앞두고 라이프 사이클이 완전히 뒤바뀌는 경우도 있을 정도. 이는 초·중·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두고 있는 경기도 등 수도권 인근의 개원의들이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 서초, 강남 등 소위 8학군 지역으로 이사를 오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병원까지 옮기에겐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개원의들은 먼 출·퇴근길을 오고가는 고충(?)을 감수하면서 주거지만 서울로 옮기는 경우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에 개원중인 P모 원장은 올 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의 교육문제를 고려해 고민 끝에 지난 2월 강남으로 이사를 했다.
이 때문에 기존 15분이면 충분하던 출근길이 강남으로 이사온 후 1시간 30분 이상 늘어나면서 아침마다 출근 전쟁을 치러야 한다.
퇴근길도 사정은 마찬가지. 7시경 인천에 있는 병원 문을 닫고 나서면 9시가 거의 다 돼서야 강남 집에 도착, 온몸이 녹초가 된다.
일주일에 한번 야간 진료가 있는 날에는 강남에 있는 집을 두고 부모님이 계신 인천 본가에 들러 숙식을 해결한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지만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생긴 것. P모 원장은 “남들이 들으면 유난스럽다고 얘기할지 몰라도 자녀가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시점에 좋은 학교, 좋은 여건에서 공부하게끔 하고 싶은 마음을 한번쯤 안 가져 본 부모가 어디 있겠냐”며 “동료들도 이 같은 고민을 많이 한다. 단지 나는 이를 실행에 옮겼을 뿐이다. 힘들지만 곧 적응되지 않겠냐”고 답했다.
#경기도에서 개원 중인 L모 원장도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자녀의 교육여건을 고려해 고민 끝에 지난 1월 강남 인근으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라이프 사이클이 완전히 바꿨다.
수십 년간 헬스장을 들러 아침 운동을 해 온 L모 원장은 이사 후 출근시간이 2시간 30분가량 앞당겨 지면서 운동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기존에는 아침 일찍 운동을 끝내고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친 후 9시40분경 출발해도 병원 문을 여는 10시까지 20분이면 출근 시간이 넉넉했지만 강남으로 이사 온 후 교통이 혼잡한 러시아워 시간을 피해 출근을 하려다 보니 7시면 집에서 출발을 해야 하기 때문.
간혹 늦잠이라도 자는 날에는 차가 막히기 때문에 지각을 감수해야 한다.
6시면 병원 진료가 끝나지만 퇴근 때도 교통 혼잡을 피해 7시가 넘어야 병원 문을 나서기 때문에 요즘엔 차라리 시간을 조금 늘려 야간 진료를 해 볼까 고민 중이다.
L모 원장은 “아들 녀석 때문에 수십 년간 해오던 아침운동을 못하고 있고 출퇴근 시간도 다소 번잡해지긴 했지만 아들 녀석이 적응만 잘 한다면야 이정도 희생은 별것 아니다”며 “지방에서 개원하던 친구 하나는 자녀교육 때문에 40대 중반이 다 돼서 병원과 집을 서울로 옮기기도 했다”고 덧붙혔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