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뿐 아니라 각 의료계를 긴장시켰던 현금영수증 제도가 시행 100일을 맞았다.
그러나 치과 개원가의 경우 이 제도 시행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아 아직까지는 ‘찻잔속의 태풍’에 그치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전격 실시돼 개원가의 비급여 수입 완전 노출 등으로 우려를 샀던 현금영수증 제도는 그동안 국세청의 파격적인 대국민 홍보와 전용단말기 설치 및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시 세무조사 실시예고 등 사실상 ‘강제적’ 발급 유도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실적을 보이고 있지는 못하다.
각 개원가의 반응도 아직까지 조심스런 관망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당분간 뚜렷한 파괴력을 발휘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쪽으로 맞춰져 가고 있다.
조대희 서울지부 총무이사는 “이제 석 달이 조금 넘어가는 시점에서 현금영수증 발급을 문의 및 발급하는 환자는 한 달에 한 건 정도가 고작”이라며 “일선 개원가에서는 현금영수증이 발급 가능한 단말기를 설치한 경우조차 절반이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현황을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의 경우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지방 개원가로 갈수록 해당 제도에 대한 무관심은 더욱 높다.
특히 이 같은 현금영수증 발급 저조는 치과의원 진료비의 경우 보험진료를 실시했을 때는 대체로 5천원 미만의 진료비가 산출되며 1만원 이상의 진료비 결제시 대부분의 환자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한다는 데 원인이 있다.
물론 홍보 자체가 아직 제대로 소비자들에게 파고 들어가지 않은 점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치과의원의 경우 현금영수증이 사용자들의 편리성에 크게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조 이사는 “현재로서는 현금영수증제도 발급은 물론 문의조차 하는 환자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 같은 현황에 대해 치과 개원가에서는 상대적으로 현금영수증이라는 제도 자체가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게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개원가에서 국세청, 치협 등 관계기관에 질의하는 내용도 원론적인 것보다는 구체적인 적용사례 및 세부사항에 대한 유권해석이 대부분이다.
특히 의과와는 보험수가 체계가 다른 치과의원의 경우 현금영수증 발급에 따른 가이드라인 제시 등 홍보노력 없이 관할 세무서에서 ‘왜 발급 건수가 저조한가"를 추궁하는 전화나 공문을 통해 이를 강권하는 사례도 있어 국가적 차원에서 시행된 제도가 오히려 국세청의 실적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아직 미완인 제도가 보완됐을 경우를 대비해 해당 정보를 꾸준히 주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치협 세무대책협의회의 전문위원인 박상혁 세무사는 “당장 올해 연말부터 세무조사 등 강력한 조치가 시행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그러나 조심해야할 부분은 만약 기존 현금 수입에 비해 올해 현금 수입이 갑자기 급증했을 경우는 2006년이나 2007년경에는 조사대상에 우선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박 세무사는 또 “기존에는 의료비와 카드사용분에 대한 이중 소득공제가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이 같은 납세자 혜택이 없어졌다”며 “현재 의료비 영수증용으로 발급해가는 것이 상대적으로 소득공제 혜택이 크므로 이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현금영수증제도지만 향후 치과계 및 의료계 전체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가에 대해 일선 개원가의 보다 높은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