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점차 높아져 가는 독자들의 학술적 욕구에 부응하고 특히 치의학 각 분야의 고른 중요성을 강조하자는 취지에서 ‘사이언스’ 지를 비롯한 최신 외국잡지의 기고 논문 및 기사를 국내 치대교수의 전문번역을 통해 보다 발 빠르고 수준 높은 국제 치의학 연구동향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호에는 김각균 서울치대 구강미생물학과 교수의 ‘사이언스’지 번역물을 게재한다.

입안 가득한 세균

김 각 균
<서울치대 구강미생물학과 교수>

재 구강생물학자들은 소화기관의 관문인 우리 입 안에 존재하는 미생물 집단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이들이 무슨 활동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병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관해 최근의 연구 결과를 세심하게 살피고 있으며, 이 덕분에 머지않아 치과 치료가 훨씬 덜 무서운 것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일례로, 입안 세균의 DNA를 검사한 후 ‘좋은" 세균으로 바꾸어 주는 치료처럼.

강생물학자들은 치아우식, 치주병, 구취증과 같은 문제의 대부분은 입안의 세균들 때문에 생긴다고 말한다. 건강한 입안에서는 ‘좋은’ 세균 및 그 밖의 미생물들이 ‘나쁜’ 종류들과 경쟁, 이들을 저지, 억제하고 있지만, 조건이 바뀌면 병원성 미생물들이 무리를 이루어 이로운 종들에 대항하여 입안의 조직표면을 장악하게 되며, 그 결과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구자들은 이제, 세균, 바이러스, 진균 외에도 archaea 등 모든 구강 미생물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밝힘으로써, 입안에 어떤 ‘악당"들이 있으며, 이들이 어떻게 병을 일으키는지를 알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즉, 입안의 미생물들의 다양성과 그 규모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운 연구 결과들은 입안이 복잡한 생태계(ecosystem)라는것과, 다른 감염병과는 달리, 입안 감염은 한 가지 이상의 미생물이 일으킨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960년대에 이르기까지 입안의 많은 문제들이 미생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을 깊이 깨닫지는 못했는데, 이 무렵 미국 Forsyth Institute의 Sigmund Socransky는 참호병(trench mouth)을 앓는 사람들의 치은조직을 파고드는 세균을 발견하게 되었고, 곧 이어 치태로 덮인 치아에 부착된 세균의 집단이 질병의 심도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을 밝혀내게 됨으로써 한 가지 이상의 세균이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게 된다. 세균은 입안의 여러 표면에서 biofilm으로 불리는 얇은 층을 이루면서 자란다. 그런데 이 biofilm을 연구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으며, 현재까지 밝혀진 700여 종의 biofilm 세균들 중 약 절반가량 만이 배양이 가능하다. 1990년대 초, Socransky 등은 checkerboard DNA-DNA hybridization이라는 방법을 개발하였는데, 이 방법으로 입안 세균 집단의 특징을 파악하는 작업 속도가 크게 증가되었으며, 이제는 28개 샘플 내에 있는 40종의 세균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구강생물학자들은 또 하나의 새로운 수단을 갖게 되었는데, 이는 배양할 수 없는 구강세균을 16S ribosomal RNA (16S rRNA)유전자의 차이를 이용하여 동정(identify)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 모든 16S rRNA 유전자 염기서열을 포함하는 microarray가 완성되면, 이를 임상샘플로부터 DNA를 검사하는데 이용함으로써 각 입안의 미생물 공동체의 윤곽을 재빨리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생물들에게 입안은 여러 가지 표면과 환경조건을 두루 갖춘 하나의 지구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구강미생물이 치아 혹은 혀와 같이, 그들이 선호하는 서식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사람마다 건강한 시기에 어떤 미생물들이 있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면 이들의 생존을 촉진함으로써 입안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치아는 충치와 관련된 미생물들을 분석, 연구하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연구대상인 Streptococcus mutans가 있는 곳이다. 이 세균은 거의 모든 어린이의 치아에 서식하는데, 주로 입안의 당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