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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1)28년차/임용호 현 인천 푸른치과의원 원장, 96년 경희치대 졸업

관리자 기자  2005.06.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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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안에서 나를 믿고 의지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아들 녀석이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니까 올해로 8살. 내 나이가 올해 36살이니까 꼭 28년 차이가 난다.


하루는 진료를 끝내고 집에 가니까 카드놀이에 열중해 있다.
아들 말에 의하면 요즘 유행하는 디지몬 카드로 내가 보기에는 다 같은 카드 같은데 다들 틀린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누군 누굴 이기고... 뭔 무기를 사용하면 필살기고..


글쎄.. 내가 초등학교 때 가지고 놀던 딱지랑 별 틀린 점은 없는 것 같은데.. 재질을 빼면..
문득 28년 전 초등학교 1학년으로 돌아가 본다. 그때는 뭐가 있었을까? 갖가지 불량 식품이 머릿속을 맴돈다. 부모님께서 그렇게 말리시던 각종 쫀드기(요즘에는 인사동 골목에서 고가에 팔리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10원에 1개 하던 떡볶기, 각종 폭죽, 명절 때 하던 쥐불놀이 등이 있었던 것 같다.  옆에서 아내가 거든다.


“하하 그때는 떡볶기 100원 정도 먹으면 엄청 배 불렀지...”
그런 옛 생각을 하던 중 기본적인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어린 아이들이 살기에는 그때가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결혼 초기 때 아내는 그렇게 말 했던 것 같다. “우린 애 낳으면 마음껏 놀게 하고 뭐 공부는 다른 애들 하는 만큼만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건강이 최고지!” 라고 그런데 지금의 아들 현실을 보면 그렇지 못한 듯 하다. 피아노에 플룻에 태권도에 영어에..


어찌 보면 나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내는 듯 하다.
하루는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아들을 본 적이 있는데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배운 것으로  생각되는 실력의 문제를 풀고 있었다. 여기에다 요즘에는 조기 유학 열풍 때문에 1년 정도는 꼭 연수를 다녀와야 한단다.


삶이 복잡해지고 경쟁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 어찌보면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다행이도 아들 녀석은 피아노, 태권도 등 과외 활동을 좋아라 하는 눈치다.


어제는 같이 목욕을 하고 있는데 서비스라며 발을 닦아 준다고 설친다. 아빠 무좀 있다고 엄포를 놓았는데도 막무가내다. 결국 아들 힘에 이끌려 발을 닦긴 닦았고 대견스러움까지 느껴졌다. 내일은 안마를 해준단다. 얼마간은 호사를 누릴 듯 하다. 아들한테 이 같은 숙제를 낸 태권도 사범님께 감사를 드려야 하나 싶다.


힘든 격무(?)에 시달린 아들 녀석이 코까지 골면서 내 옆에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아무리 봐도 평화롭게 잠자는 모습이 가장 이쁘다. (뭐 어떤 모습이 이쁘지 않겠냐만은...)
36살.. 아직은 세상을 논할 나이는 아닌 듯 하다. 그저 주어진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다 보면 어느덧 세상을 논할 수 있는 자리에 와 있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안에서 나를 믿고 의지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나를 찾아 온 환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길이 정답인 듯 하다.


시간 나면 인사동에 가서 고가(?)에 팔리고 있는 불량 식품이나 사 먹어야겠다. (그런데 왜 아들에게는 먹이고 싶지 않을 걸까? 이게 부모 마음인가?!)

 

 

임 용 호


·96년 경희치대 졸업
·현)인천 푸른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