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국세청 등이 연말정산서류 전산화를 통해 진료비 납부 내역을 통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각 의료계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제도가 시행될 경우 치과의원 등 상대적으로 전산화 시스템이 열악한 중소형 의료기관에서는 행정부담 및 투자비용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9일 재경부는 김재영 치협 부회장을 비롯 의협, 병협 등 각 의료계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협의모임을 가지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재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말정산 간소화방안은 근로자의 연말정산 서류를 간소화해 증빙서류 없이 연말정산하고 국세청은 전산으로 부당공제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 경우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진료비 내역을 건강보험공단에 전산망을 통해 제출하고 공단은 이를 국세청에 제출하게 된다.
당초 재경부는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소비자 편의 등을 위해 오는 7월 전산화 작업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을 상정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재영 부회장 등 치협 관계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너무 촉박하게 추진되는 만큼 각 치과의원에서는 ▲인력관리 비용, 전산화 비용 등 초기투자 비용이 너무 크고 ▲지난 1년간 진료비 납입확인서 등 제도가 안정화됐는데 이를 다시 변경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제도 시행에 난색을 표했다.
또 각 의료계에서도 전산시스템 개발 및 행정적 부담 가중은 물론 현 의료의 특성상 비정형화된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불합리한 이용가능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재경부측에 전달했다.
이처럼 각 의료 단체의 반대가 이어지자 재경부에서는 일단 각 병의원 실태조사 등 실무적인 검토를 거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제도 시행 자체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치협 관계자는 “현재 재경부 등 정부는 실무적인 검토를 거쳐 전산화에 대한 투자비용 등에 문제가 없으면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며 당장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이를 추진할 태세”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이번 전산화 통보 추진과 관련 의료계에서는 환자 개개인에게 편리를 제공토록 한다는 기본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환자와 국세청에서 부담하는 행정적 부담을 각급 의료기관에 전가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달 27일 병협에서 열린 의약계단체 및 병원 보험 전산 경리 실무자 연석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들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재정경제부 방안과 같이 요양기관에서 진료비 납부내역을 공단을 통해 전산으로 통보할 경우 관련 전산시스템을 대폭 변경하거나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 뿐 아니라 행정적인 부담이 매우 커지며 특히 전산이 미비하거나 행정이 미흡한 요양기관의 경우 전산시스템을 완비하거나 해당 인력을 충원하기 전에는 시행자체가 불가능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비급여 진료비의 경우 의료특성상 비정형화 돼 있는 만큼 전산화를 통해 코드를 통일한다는 것이 결코 용이하지 않으며 특히 전체 급여 및 비급여 내역을 공단에 통보토록 할 경우 공단 및 관련 보험자단체가 이 자료를 진료비 과잉삭감 등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의료계의 우려 섞인 시각이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