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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원정 진료비 1조원 ‘허위’ 외국병원 허용 ‘빌미’ 줬다

관리자 기자  2005.07.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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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3백억대로 10배나 부풀려 여론 호도”
A의원실 연구자료 일부 공개


정부가 경제특구 내 외국영리병원 유치와 내국인 진료허용에 대한 이론적 근거로 사용했던 ‘내국인 해외원정진료비 연간 1조원 누출’ 주장이 정부산하 연구기관 연구에서조차 신빙성이 결여됐으며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 A의원은 지난 1일 의원실에서 입수한 해외원정 진료비 관련 연구 자료 일부를 공개했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재정경제부가 지난해 밝히고 올해 2월 대통령 취임 2주년 국회연설에서조차 언급됐던 내국인 해외원정 진료비 연간 1조원 유출 발표는 약 10배정도가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위해 정부산하기관 소속 연구자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등을 통해 2004년 10월과 11월 두 달간 입국 내국인 중 2만62명을 대상으로 ▲해외의료 서비스를 받은 동기 ▲의료서비스를 받은 국가 ▲의료서비스 받은 내용 ▲의료서비스 비용 등을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 93명만이 외국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215명에 1명 꼴인 셈이다.


더욱이 이중 87명(6명은 무 응답)은 해외체류 중 몸이 아파 병원을 이용한 우발적인 해외의료 소비자였으며, 단 1명만이 의료 목적으로 해외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원정 치료자였다.
연구보고서는 우리 나라 연간 해외 여행객이 5백1만3000여명으로 추정할 때 우발적 해외 의료 소비자수를 2만4980명으로 추산했으며, 이들의 치료비는 약 28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보고서는 또 미국 주요 의료기관 8곳에 한국인 환자 수와 치료비를 의뢰해 나온 결과를 토대로(병원 80곳, 1인당 입원진료비 3만 달러, 입원환자 의료기관 당 30명으로 추정해 산출)입원진료비를 산출한 결과 미국원정 진료비는 7백92억원으로 나타났다.
또 사람의 장기를 구하기 쉬운 관계로 장기이식 수술이 붐을 이루고 있는 중국의 원정치료비 규모도 4백97억원으로 추산했다.


결국 우발적 해외 의료소비자 진료비와 미국, 중국 원정 치료자 진료비를 종합한 결과 해외유출진료비는 약1천3백16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정부의 해외진료비 1조원 유출 주장의 13%에 불과한 수치다.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경제특구 내 외국병원 설립 근거로 연간 해외로 유출되는 의료비가 1조원이 넘는다고 주장, 외국영리병원설립과 내국인 진료 허용의 당위성을 피력한 바 있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취임 2주년기념 국회 연설에서 조차 이 같은 논리를 제공, “의료비 1조원 유출을 막아야한다”면서 의료산업화 주장을 펼치도록 한 바 있다.


당시 보건의료 연합 및 민중의료연합, 행동하는 의사회 등 보건 의료 시민단체들은 공동 논평을 통해 “해외유출 의료비가 1조원에 이른다는 통계는 한 병원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으로 정확한 근거를 가진 수치가 아니다” 면서 “미국 상무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미국 병원이 지난 2002년 외국인 환자 진료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 합계가 1조2천억원인 만큼, 미국 병원 이용자를 모두 한국인이 채우지 않는 이상 1조원이라는 통계가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번 연구보고서는 미국 병원에 대한 설문 표본수가 적고 추정에 의한 연구가 많았다는 한계가 있지만, 신뢰성이 결여된 연구는 아니며, 특히 정부에 우호적인 정부산하 연구 기관에서 나온 보고서인 만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특히 이번 연구보고서는 결국 정부가 경제특구 내 외국병원 유치와 내국인 진료허용을 관철키 위해 근거 없는 통계로 국민들을 호도 했다고 의심될 수도 있어 충격적이라는 지적이다.
박동운 기자 dongwoo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