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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법치의 삶 집대성…후배 길라잡이 바람” ‘법치의학’ 펴낸 김 종 열 연세치대 교수

관리자 기자  2005.08.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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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체의 치아만을 단순 감식하는 것은 ‘쟁이’에 불과 합니다. 진정한 법치의학자는 사건현장을 통해 사건 전반을 두루 유추해 낼 수 있는 ‘반 수사관’이 돼야만 합니다.”
국내 법치의학계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김종열 연세치대 구강내과 교수가 내년 8월 정년 퇴임을 앞두고 법치의학자로 살아온 지난 30여 년간의 삶과 국내 법치의학의 모든 것을 담아 한권의 책으로 엮어 냈다.

 

치과의사로는 최초로 지난 1969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의무기좌 근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법치의학자의 길을 걸어온 김 교수는 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한 대형 참사사건들을 전담하며 치아, 치흔 등을 통한 개인식별감정의 우수성을 입증함으로써 법치의학을 과학수사의 ‘대명사’로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95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장 재임 기간 동안 줄줄이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리비아 공항 항공기 추락사고, 괌 항공기 추락사고 등 국내외대형사고들을 전담, 사건의 중심에서 법치의학자로서의 소명을 다하면서 국내 법치의학의 발전에 큰 획을 긋는 전기를 마련, 법치의학의 ‘개척자’로 알려졌다.
“어찌 보면 국내에서의 법치의학은 대형사고 다발이라는 사회적 비극과 오명이 성장 발전 시켜낸 학문이기도 합니다.”


수십 년간 다양한 검식을 하다보니 기억나는 에피소드도 많다.
“한번은 사체 검식을 위해 관 뚜껑을 열었는데 갑자기 시체의 상체가 벌떡 하고 일어나는 거예요. 사체가 부패하면서 쌓여있던 가스가 관 뚜껑을 여는 순간 분출되면서 일어난 일이었죠.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구더기가 사체의 심장을 파고들어 꿈틀대는 것을 심장이 뛰고 있는 것으로 착각해 놀란 일도 있어요.”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그의 일화들은 끝이 없을 듯 했다.
“그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법치의학 교과서 발간을 제의해 왔지만 10여 년 전 일본 교수의 책을 번역한 것 이외에는 모두 고사해 왔습니다.”


법치의학 저서의 경우 책이 발간되면 후학들뿐만 아니라 과학수사대, 검찰 등 여러 곳에서 이를 인용하고 참고하게 되기 때문에 막중한 사회적 책임감이 느껴졌고 이러한 부담감이 충분한 준비 후에 발간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 교수의 저서는 다소 우직하고 완벽주의에 가까운 그의 성품 때문에 그렇게 30년이 흐르고 정년퇴임이 가까워서야 비로소 빛을 보게 된 셈이다.


특히 책 표지의 로고까지 직접 디자인 했을 정도로 집필 과정서 최소한의 주변 도움만을 받았을 뿐 거의 모든 과정을 자신의 손을 직접 거쳐 제작하는 정성을 쏟았다.
“이번 저서를 통해 과학적인 수사에서 법치의학 분야가 얼마나 중요한 한지를 알리고 치과의사가 단순 구강진료뿐만이 아닌 사회적으로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학생들의 교과서로 참고서로, 법조인, 경찰, 수사관들의 실무 참고서적으로 활용되길 바랍니다.”
이번 김 교수의 저서는 30여 년간 법치의학자로서 살아온 자신의 ‘백서’인 동시에 퇴직을 앞두고 후배들에게 남겨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