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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CI/단국치대영화동아리]영화세상 / 웰컴 투 동막골

관리자 기자  2005.10.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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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조롱한 환타지

 

관객웃음 ‘팝콘’ 터지듯


모모처럼 등장한 매우 대중적인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이 영화를 보면 행복해질 것이다’는 따위의 과장 섞인 평가만 덜어낸다면, 재미있는 영화였다. 시사회 반응이 워낙 요란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 봤더니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그만큼 보였지만 별로 흠을 찾아볼 수 없게 빠진 매끈한 영화이며 가벼운 흥분을 느끼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장진의 희곡 원작이라는 안정된 재료에 박광현이라는 신인감독의 뚝심이 더해지고 정재영, 신하균, 강혜정의 연기력이 발휘된 이 영화가 거물 스타가 나오지 않고 돈이 많이 든다는 점 때문에 국내 굴지의 투자 배급사로부터 팽당한 전력이 있다는 후일담도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웰컴 투 동막골’은 2차대전 당시 외딴 섬에서 노는 것으로 천국을 만끽하는 이탈리아영화 ‘지중해’와도 비슷한 유쾌함이 있지만 훨씬 들뜬 걸음걸이로 저만치 달아나는 듯한 환타지의 쾌감이 있다. 영화 속에서 강혜정이 연기하는 약간 머리가 돈 소녀 여일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는 굳이 분단 시대의 비극을 떠올리려고 하는 사람들을 머쓱하게 만드는 경쾌한 초월성이 있다. 인상을 쓰며 전쟁터의 긴장을 간직한 채로 동막골에 도착한 남과 북의 군인들에게 미친 소녀 여일이 보여 주는 천진성은 맥이 탁 풀리게 만든다. 바로 그 정서에서 이 영화는 웃음과 휴식을 끌어낸다. 그러므로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와 비슷한 설정을 품고 있는 이 영화가 내놓는 해결책은 전혀 색다른 정서를 전해준다. 이런 비교 체험을 장황하게 하는 것은 이 영화가 감정을 담는 방식이 매우 현대적이라는, 아니 요즘 기류를 반영하는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6·25 전쟁 당시 남과 북의 병사들이 동막골이라는 낯선 산골 마을에 도착하는데, 그곳은 중국 옛 시에 나오는 무릉도원 같은 곳이다. 전쟁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열심히 농사를 지어 함께 나눠먹고 알콩달콩 자기들끼리 자족 협조하며 자연을 껴안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멧돼지가 밭농사를 망쳐 좋은 아이디어라고 낸 것이 짱돌로 멧돼지 머리를 맞히면 다시는 오지 않겠냐는 이 사람들에게는 뭔가를 정복하고 제압한다는 개념이 없다. 그보다는 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해 조상 때부터 체화된 유전자가 있는 것이다. 이들 무리에 파묻혀서도 여전히 주적 개념을 갖고 사는 남과 북의 병사들을 볼 때 관객들은 그들이 웃음거리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서로 대치해 총을 들이대며 대결하는 남과 북의 병사들 사이에서 동막골 사람들이 “우리 때문이라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리는 영화 초반 장면에서 ‘웰컴 투 동막골’은 매우 효율적으로 현실을 이탈해 다른 이상향의 비전을 던져준다.

 

이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북한군 리수화(정재영)와 남한군 표현철(신하균)이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되는 멧돼지 퇴치 장면에서 거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질감으로 연출된 액션 장면이다. 멧돼지가 밭농사 일을 하는 마을 사람들 곁으로 달려들고 이 골칫덩어리를 물리치기 위해 사람들이 동분서주하지만 실속이 없다. 용감하게 멧돼지와 대적하는 이들은 군인들이다. 그들의 액션은 멋있었다가 아니라 우스꽝스럽고 귀엽다. 특수 효과로 처리된 이 장면에서 북한군 장교 리수화와 남한군 장교 표현철은 멧돼지에게 쫓기고 멧돼지를 공격하는 모습을 매우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연기한다. 그들이 학예회에서 어색한 연기를 보이는 것처럼 인공적인 행위를 할 때 일부러 조잡하게 합성된 스크린 프로세스 화면 속으로 멧돼지가 달려오는 화면의 리듬은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이런 시도가 준 웃음이 ‘웰컴 투 동막골’의 정서가 주는 핵심이다.

 

골치 아픈 현실을 돌파하는 데 이 영화는 거리낌 없이 환타지를 들이밀고 표현 수단에 있어서조차 이것이 환타지라는 걸 전면에 내세우는 대담성을 보인다. 이것은 어차피 환타지거든요, 우리 함께 웃자고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