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리티 Vs 가격 파괴
최근 치의신보와 갤럽의 조사결과 (2005년 12월 15일자) 가장 선호하는 치과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56.9%의 응답자가 ‘진료를 잘 한다고 소문난 치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진료의 퀄리티에 대한 부분이 병원 선택의 가장 민감한 사항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환자의 건강을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치과 경영 입장에서 그대로 해석한다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가 있다. “환자에게 선택 받기 위해서 가장 힘써야 할 점은 바로 진료의 퀄리티다."
만약 이러한 명제가 옳다면 치과 경영의 포인트를 잡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약간 다른 것 같다. 만약 치과 치료비(보험 적용이 안 되는 보철, 임프란트 같은 본인 부담 100% 치료비)가 거품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환자들에게 한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아마 위에서 말한 응답자 정도(56.9%)의 퍼센트가 그렇다는 대답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치과 의료서비스의 가치를 인정하지만 일상 용품 (commodity)처럼 거품을 뺀 가격은 왜 안되냐는 소비자다운(?) 발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외부 환경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의 심리이다. 치과의 경우 최근의 외부환경 변화는 이러한 점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의료시장 개방과 영리법인, 사보험, 광고 규제완화 등 굵직한 제도의 변화는 치과의사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다. 최근 가까운 선배가 점심을 같이 먹자며 전화가 왔다. 치과 환경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는 것이었다. 선배의 이야기는 이러한 최근의 정책과 환경 변화에도 관심이 있지만 당장은 주위의 과감한 가격 정책의 변화가 가장 걱정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진료 퀄리티를 주장하며 환자의 동의를 얻어 냈던 치과의 정책들이 조금씩 가격 저항에 부딪친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얼마 정도 할인해 준다는데 여기는 왜 이렇게 비싸냐는 저항은 물론이고 노골적인 치료비 할인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변의 치과에서 몇 프로의 치료비 할인 정책의 결과 환자 수가 월등히 많아졌다는 이야기들은 선배의 원칙들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문제거리였다고 생각된다.
윤리적인 문제 Vs 발상의 전환
치과 치료비는 왜 이렇게 비쌉니까? 라는 환자의 불만은 지금 더욱 날카롭게 들린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들을 부당 이익을 챙기는 기득권 집단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필자가 97년 강의를 했을 당시 ‘치료비 할인 정책이라는 주제를 다룬적이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워낙 민감한 사항이었다. 강의 후 사석에서 어느 분이 “치료비 할인은 민감한 부분인데 강의의 주제로 삼고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셨다. 치료비에 관한 부분은 그 동안 윤리적인 문제라는 견해로 해석되어 왔다. 이러한 견해로 보면 치료비 할인정책은 명백히 치과의사의 윤리 파괴이다.
하지만 최근의 치과 분위기를 보면 이러한 윤리적인 부분이 ‘경영 전략"과 ‘발상의 전환"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환자에 대한 배려와 퀄리티 향상이 최선의 정책임을 믿고 있는 치과의사들에게 치의신보의 설문조사가 100% 맞기를 기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