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전문직 다단계 세무조사 실시 검토
경기도에서 20여 년째 개원하고 있는 A 원장은 새해 들어 불안한 생각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가뜩이나 소득 양극화다 해서 치과계도 어수선한 시점에서 방송이며 일간지, 전문지에서까지 각종 세무제도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담당 세무사에게 문의해 보지만 역시 새로운 제도 변화에 대해 제대로 모르기는 마찬가지. 그냥 기다려보자는 말만 듣고 있는 상태다. A 원장도 처음 관련 보도들을 접했을 때는 이게 가능한가 싶어 냉소마저 짓곤 했는데 이제 TV나 신문에서 거듭되는 보도를 보니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 싶어 가슴이 답답하다. 동료 치과의사들끼리 모여 벌이는 세무 정보교환을 겸한 정책 성토장에 밤이 짧다.
최근 정부가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을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세수 확대의 ‘타켓’으로 설정하고 나섬에 따라 치과 개원가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새해 들어 쏟아낸 중장기 세제 개편안은 ‘증세는 없다’는 기본 입장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직간접적으로 세금 낼 상황이 공공연하게 연출되는 등 가히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예정이어서 일부에서는 조세저항마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재정경제부가 마련한 관련 방안에서는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세무조사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이들 업종에 대해 다단계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일방적인 세무정책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이른바 ‘동네치과’들로 소득신고 변화에 따라 수시로 실시하는 세무조사는 물론 지난해 현금영수증 사업을 시작으로 올해 대대적인 개편으로 세수 확대의 ‘방점’을 찍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소득공제 영수증 제출 ‘촉각’
이중 무엇보다 치과 개원가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진료비 소득공제 영수증의 국세청 제출이다.
지난 연말 국회는 매년 연말정산시마다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제출하는 소득공제 증빙서류의 일부를 국세청장이 사업자로부터 정보통신망을 통해 제출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근로소득자의 증빙서류 제출 부담을 줄이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소득세법 개정령 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각 병의원의 경우 국세청에 진료비 내역을 표기한 증빙서류를 환자를 대신해 직접 국세청에 통보해야 한다.
이 경우 소위 ‘제3서버’를 구축, 국세청에 직접 통보할 것이라는 안과 함께 신용카드 단말기를 통해 입력한다는 등 몇 가지 방법들이 입소문으로 떠돌고 있지만 현재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된 상황은 아니다.
당시 재경부 관련 실무 간담회에 참석한 김영주 치협 보험이사는 “당시에도 각 의료단체참석자들의 반발이 이어졌지만 재경부측에서는 일방적인 통보 및 설명을 하는 자리였지 구체적인 내용을 실무적으로 협의한 바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재경부가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진료비 내역을 공단에 전산망을 통해 제출하고 공단은 이를 국세청에 제출하는 방식의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을 내놔 치협 등 각 의료계의 반발을 산 것에 비하면 다소 완화된 조치이기는 하지만 개원가의 반응은 냉랭하다.
우선 인력 문제와 통신망 운영비 등 선결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개원 15년차 B 원장은 “무엇보다 올해 연말부터 당장 시행하려면 통신망 등 기반시설부터 갖춰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며 “이 같은 정책이 진행된다면 병원급은 몰라도 일반 개원가에서는 이를 위해 따로 인원을 충원해야하는 등 불편한 점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득세 더 내라’
지난달 말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소득세 과세표준구간 및 한계세율을 조정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동료의원 26명의 서명을 받아 대표 발의했다.
이에 따르면 연소득이 1억5천만 원 이상 구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