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방영된 문화방송의 PD수첩 ‘치과의 위험한 비밀’편은 온·오프라인에서 뜨거운 논쟁을 촉발시켰다.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방송 다음날부터 해당 주제를 토론 게시판의 첫머리에 올려 ‘핫 이슈’로 다루는 등 인터넷에서는 PD수첩의 여진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는 모습이었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청와대, 보건복지부 등 정부 주요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관련 내용을 잇달아 올리는 등 이번 방송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청와대 게시판의 한 네티즌은 “충치가 있어서 치과를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서워서 못가겠다. 빨리 법을 개정해서 좀더 위생에 신경을 쓰도록 노력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또 다른 네티즌은 “에이즈 환자나 간염환자가 쓴 치과 기구가 바로 자신이나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든 이의 입에 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 만해도 끔찍하다”고 주장하는 등 강도 높은 비난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복지부 홈페이지에는 방송 다음날인 24일에만 14개의 민원이 접수된데 이어 다음날에도 3개의 민원이 ‘민원마당’에 공식 접수됐다. 접수된 민원은 치과 치료용 기구 멸균 관련 위생법규 제정을 촉구하는 한편 치과위생에 대한 조속한 대책과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또 치협의 일반인 게시판에도 PD수첩 보도에 ‘협회에 조기를 올려라’부터 ‘협회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는 내용까지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이 같은 충격이 이어졌다.
방송 다음날 치과방문을 예약했었다는 한 시민은 “방송을 보고 예약을 취소했다. 잠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개원가에서도 “방송 다음날 첫 환자부터 PD수첩 얘기를 꺼내며 이 치과는 안전한지를 물어보는 등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비난 일색인 일반 시민들의 반응과는 달리 치과계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파급력이 높은 미디어 다음의 ‘아고라’에서는 이번 방송의 오류와 문제점 등에 대한 치과의사들의 지적과 반박내용이 올라와 있다.
자신을 군의관이라고 밝힌 한 치과의사는 방송에서 거론했던 부분에 대해 치과의사로서의 솔직한 심정과 함께 객관적인 반론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해 많은 치과계 인사들과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또 치협의 치과의사 전용게시판에는 일단 협회의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글이 대세인 가운데 PD수첩의 보도방식과 전체 치과의사들의 경우인양 호도하는 일반화 오류에 대한 지적, 향후 감염방지에 대한 현실적인 노력 필요 등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됐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L 원장은 “아무리 좋은 취지로 얘기를 해도 머리와 꼬리를 다 잘라버리고, 돈 얘기만 편집해 내놓으니 치과의사는 다 속물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PD수첩의 취재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원가 관련 내용과 외국사례 등을 거론한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를 치과 내 위생문제를 제고하기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J 원장은 “완전한 멸균을 할 수 없었던 것은 가급적 빨리 대국민 사과를 하고 현재 의료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또 PD수첩 방영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은 올바로 주장하고, 무엇보다도 치과진료를 이 지경으로 만든 보험수가를 바로잡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와 함께 일부 치과의사들은 그 동안 미뤄왔던 치과에서의 감염방지 노력에 대한 공론화 및 법제화된 장치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펴기도 했으며 현재 게시판을 중심으로 치과감염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치협 공보위원회와 홍보위원회에서는 관련 대책회의 내용과 전개과정을 치과의사 전용 게시판에 게재하며 향후 적극적이고 발 빠른 대책마련을 약속하고 있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