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문서까지 나돌아 점입가경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이성재·이하 공단)의 이사장 임기 만료에 즈음해 보건복지부(장관 유시민·이하 복지부)와 공단의 코드 맞추기가 불발되면서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가운데 ‘복지부 감사, 그 실체’라는 괴문서까지 유포돼 복지부와 공단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공단과 복지부는 최근 이사장 선출을 위한 이사장추천위원회 구성 때문에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공단은 이사장추천위원회와 관련 ‘이사장을 새로 선임할 필요가 있을 때는 지체없이 이사장 추천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추천 위원의 수를 5~15인으로 한다’는 규정으로 이사회의 권한을 적극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공단이 제출한 정관에 ‘이사장 추천위원회 총 위원의 과반수는 복지부 장관이 추천하는 자로 한다’는 규정을 새로 넣어 산하기관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복지부와 공단이 어떤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보건복지부 감사, 그 실체’라는 괴문서가 일부 기자 이메일로 배포돼 그 내용의 진실과 의도에 눈과 귀가 모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괴문서에서는 ▲복지부의 감사가 현 이사장의 연임을 막으려는 복지부 일부 관료들의 작품이다 ▲공단 자율성과 이사장의 경영 권한은 극히 제한적이며, 현 이사장 취임 이후 공단의 보험자 역할 강화를 강조하면서 복지부의 입장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현 이사장 취임 후 공단은 새로운 조직질서를 확립하고, 재정안정과 보장성을 강화했으며, 국민 위주의 서비스 제공 체계 정착 등의 성과를 얻었다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는 이사장 단절 시 이탈과 역할 공백을 우려하고 있으며, 공단은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조직적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이다.
이번 문서와 관련 복지부에서는 심히 불쾌한 감정을 갖고 있으며, 공단의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도 복지부 관료 등 일각의 음모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입장을 표명하는 등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실 유시민 장관이 입각하면서 복지부와 공단이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예측이 흘러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김근태 전 장관이 영리법인이나 민간보험 도입 등의 의료산업화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에 공단과 코드가 일치하는 장관이었다면 유시민 현 장관은 의료산업화를 주장한 이해찬 전 총리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공단과는 코드가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장 임기 만료에 따라 복지부와 공단이 계속된 엇박자를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안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