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아 아끼기 운동이 치과계에 더욱 확산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의미에서 이번 호부터 ‘자연치아 아끼기운동모임’과 공동으로 칼럼을 연재한다.
세계적 지휘자인 정명훈씨가 한 TV 대담 프로에서 “전 세계를 돌며 많은 지휘를 해왔는데 이제는 록이나 팝뮤직 또는 우리 고유의 음악과 함께 새로운 장르의 지휘를 시도해 볼 생각은 없으신지?”라는 질문에, “연주 기법은 사람에 따라 변할 수 있으나, 교향곡 그 자체는 그 누구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기본을 지키는 한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얘기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공감하는 바이다. 기본은 바뀌어서는 안 된다.
기본이란 어떤 것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필요한 요소로써 그것을 전제로만 그에 따른 가능성이나 변화를 생각할 수 있으며, 따라서 어떤 상황에 대처해 나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꼭 지켜야 하는 요소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을 지키는 사회를 만들자는 얘기도 양심, 윤리, 사랑, 신뢰, 정의, 평화, 질서 등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잃어가는 기본 덕목들을 회복하자는 뜻일 것이다. 이런 기본이 경시될 때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기 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짓밟는 경쟁의 덫을 놓게 되고 결국은 자신도 그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다 공멸할 뿐이다. 우리 사회가 요즘 시끄러운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기본을 무시한 오기와 아집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치과의사의 기본은 무엇인가? 내가 존경하는 한 은사님은 일전에 “안과의사가 눈을 뽑는 의사가 아니듯이 치과의사도 치아를 뽑는 일이 기본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가능한 한 아픈 치아를 모든 전문지식을 동원해 살려내는데 치과의사의 존재이유가 있다. 그런데도 요즘 주위에서 너무 쉽게 존재이유를 포기하는 의사들을 보고 당황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유야 어떻든 의사로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필요한 소명을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 같다. 의사는 프로다. 프로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의사는 그 누구보다도 자기 분야에 박식하고 전문가적 지식과 인격을 갖고 있어서 상식적으로는 정말로 포기해야 할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해결해 내려고 노력하는 프로의식을 갖춘 인격적 전문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를 존경하는 것이 아닐까? 거기에서 의사로서의 보람과 행복을 찾아야 된다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잠꼬대일까? 잠꼬대로만 치부해버리면 국민과의 신뢰는 끊기고 의사에 대한 국민의 존경심은 장사치 속에서나 찾아야 될 것 같다.
우리의 의료 환경이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데 누구는 그걸 몰라서 안하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어떤 연구조사에서 치과치료를 받고나서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치과는 어떤 치과인가를 물었는데 50.7%의 압도적인 다수가 의사의 실력이라고 했다. 반대로 치과방문 시에 가장 불만스러운 점에 대한 질문에는 비싼 진료비가 34.1%로 1순위였다. 바꿔 말하면 대부분 발치해야 한다고 하는 치아를 정성껏 치료해서 살려낸다거나 치료 하나하나에 전문가로서 정성을 다하는 그런 의사에게 신뢰를 느껴 찾게 되고, 처음부터 엄청난 치료비가 요구되면 치과에 가기가 겁이 난다는 얘기이다.
환자의 입맛에 맞춰서는 안되지만 진정 환자를 위한 기본에서 출발하면 환자도 공감하게 되고 경영적인 측면도 저절로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조사기관에서 기업의 경영분석을 했는데 윤리경영을 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경영실적이 훨씬 높았다고 한다. 윤리경영이란 영리를 위해서는 필요하더라도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옳지 않는 경영요소는 과감히 배제하는 인간의 기본을 지키는 경영기법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영수 자연치아아끼기운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