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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40주년 기획칼럼]자연치아 아끼기운동/습관과 의식의 전환

관리자 기자  2006.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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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리기 어렵거나 예후가 불량한 치아의 대안으로 임프란트가 대세가 된지 오래다. 그런 나머지 이제는 임프란트가 만능처럼 돼버렸다. 마치 TV드라마에서 레이저가 만능이라고 유혹하듯이 말이다.


물론 임프란트의 효용가치는 엄청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 반대급부로, 살릴 수 있는 치아들과 치료법들이 그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현실은 너무나 안타깝다. 발치를 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논쟁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환자 치아 개개의 상태도 다르거니와 치과의사 개개인의 치료계획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얘기 하고자 하는 것은 습관의 무서움이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행동을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 요즘 한참 시끄러운 대리번역 문제도 출판업계에서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잘못들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습관적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처음 시작하기가 힘들지 습관이 되면 가치 판단 없이 쉽게 하기 마련이다.


치과의사로서의 나의 진료 행태도 습관적인 것이 많다. 요즘 큰 파장을 주었던 치과 감염 사태도 습관적으로 무심했던 우리의 잘못이 크다. 습관적으로 소독 관리를 소홀히 했던 사람은 그냥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고, 반대로 철저히 관리 했던 사람은 그 번거로운 일들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처음엔 답답하고 손의 감도 떨어지는 것 같아서 글러브를 끼지 않고 진료를 했었는데 손 상처로 인해 글러브를 끼게 되면서 이제는 오히려 안 끼면 찝찝하고 내 손이 병균들에 오염되는 느낌이어서 글러브 착용이 당연한 것처럼 돼 버렸다.


치아의 운명을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환자에게 ‘이 치아는 상태가 안 좋아 빼야겠다’라는 말을 하는 게 너무 어렵다. 마치 암 선고를 내리는 의사처럼 말이다. 괜히 살릴 수 있는 것을 빼자고 하는 나쁜 치과의사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가능하면 안 빼고 살려서 쓸 때 까지 써 보자는 식으로 진료를 하다 보니 이제는 그것이 습관이 돼서 가능성이 제로가 아닌 이상 일단은 치료를 하고 보는 스타일이 됐다. 물론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선택권을 주고 동의 후 치료를 들어가는데 한번 해 보자는 쪽으로 슬쩍 유도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시도라도 해보길 좋아하고 실패에 대해서도 자기 선택을 이해해 주었다.

 

또한 나 자신도 반신반의 했던 치아까지도 대부분 예후가 좋아 내 선택을 후회한 적도 거의 없어서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해오고 있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환자야 그렇다 치고 치과의사인 내 자신이 좀 고달프다. ‘내가 이 놈의 치아 살리려고 이 짓을 해야 되나? 그냥 확….’
이제 의식을 전환해 좋은 습관을 가져 봄이 어떨까? 누구나 얘기 하듯‘내 치아라면 어떻게 할까?’를 떠 올리며 말이다.
이강근 서울 미치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