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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Dr.S에게/이승호 이대목동병원 치주과 과장

관리자 기자  2006.11.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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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언제나 가까이 있으나
도달하기가 항상 어려운 이유는
소박함을 물리쳤기 때문이다


의사생활 10~20년 열심히 하다보면 대개 괜찮은 아파트 한 채에다가 약간의 여윳돈을 가지게 되고, 잠시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개원의로서 오랫동안 검소하게 지내셨다면 꽤 여유를 가질 만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원래 소시민적 소박한 꿈이 전부였던 저로서는, 치과의로서 받게 되는 평소 사회적 대접이나 개인적 성취가 때로는 과분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주도적 인간으로서 능동적이면서도 선량한 리더십을 가지겠다면 누가 감히 말리기나 하겠습니까? 하지만 우리가 과연 카리스마까지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일까요? 무계획적 삶이었다는 자각이나 반성도 지나치다 보면, 일부 순진한 사람들에게는 자칫 욕심으로 비치기까지 한답니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 없이 어려울 수 있고, 좀 쉽게 접근을 하기로 작정을 한다면, 정하는 마음에 따라서 더 쉬워질 수 있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요.


오래 전 성철스님의 일갈, “不欺自心”이란 말씀이 오늘 유난히 새롭게 느껴집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이미 지은 죄가 크고, 어쩌면 우주 가득 넘치는 까닭에, 이제 스스로 감당하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하게 느껴지기도 하는군요. “일생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 넘치는 죄업은 이미 수미산을 지나치는구나.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레나 되는데,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生平欺狂男女群(생평기광남녀군) 彌天罪業過須彌(미천죄업과수미)
活陷阿鼻恨萬端(활함아비한만단) 一輪吐紅掛碧山(일륜토홍괘벽산)

 

진리는 어렵지 않으며 언제든 가까이에 있었으나, 도달하기가 항상 어려운 이유는 소박함을 물리친 때문일 것입니다. 힘없고 가난한 보통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는 대신, 가능한 눈높이를 높이고 강력함과 화려함, 미모와 부귀만을 열심히 쫓아왔던 때문이겠지요. 바쁜 일상에서 진정한 자기성찰의 겨를이란 있을 수 없었고, 매일같이 분주한 가운데 만족을 모르는 목마름으로 이것저것 가치 있다는 것들을 끌어다 모으기를 계속했지요. 고급 승용차, 좋은 옷, 좋은 집 그리고 기름진 음식에 여리기만 하던 착한심성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조급해져 갔지요. 문득 살펴보았더니 느긋한 관조나 인내와는 담을 쌓고 지낸지가 이미 여러 해 지났더군요.

 

일찍이 책과 자료들을 가치 있다고 믿으면서, 홀로 꾸준히 수집하기를 계속했으나 대부분이 헛되었고, 결국 많은 잡동사니 쓰레기를 산처럼 쌓아 놓은 꼴이더군요. 돈과 사치에 친숙한 버릇없는 망나니들 가운데 두발로 우뚝 서서, 운동부족으로 불러진 배를 한껏 내밀고는 상대방의 사정은 아예 고려않거나, 혹은 더러 무시를 하기도 했지요. 어린시절 맑고 총기 밝았던 두 눈은 독선으로 앞이 가려진 때문인지, 열심히 산다고 매일같이 허우적댔었지만 충분히 사려 깊지는 못하지요.


인생의 전후반을 경기에 비유하기보다 ‘어린왕자’의 의미를 새로이 되새기고, 인생의 득실점 애써 따지기 전에 우리의 진정한 인간성을 돌아보면서, 새롭게 홍익인간의 의미를 음미하고 우리 공통행복의 조건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작년 어느 날, 우연히 쟝 삐에르 다비트의 ‘다시 만난 어린왕자’를 읽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어린왕자’를 다시 자세히 살펴보았답니다.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설사 다른 이에게 보잘것없을지라도 정성을 들여서 가꾸어 나갈 가치 있는 무엇이 여전히 싱싱하게 존재하고 있더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극빈자들의 영원한 어머니 마더 데레사는 천국에서 편히 쉬는 대신 지금도 여전히 지옥에 머물면서, 불쌍한 영혼구제를 위하여 갖은 애를 쓰고 계시며, 인도에 계셨던 그때처럼 노심초사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