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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낙하산과 아기/옥용주 군의관

관리자 기자  2006.11.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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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초 9주간의 군의관훈련을 마치고 서울시 송파구 소재의 특전사로 자원해 배치되었다. 특전사는 모든 부대원들이 공수기본훈련이라 해 소위 낙하산강하훈련을 받는 것이 다른 부대와는 다른 점이라 할 것이다.


열기구나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서 300m 상공의 푸른 공창으로 내 몸을 던졌을 때, 나는 내장이 수축해서 쪼그라들고 머리카락이 곤두서며 관절 마디마디가 시린 소중한 경험을 해야 했다. 내가 얼마나 연약하고 초라한 존재이며 또한 얼마나 겸손해야 할 수밖에 없는지 뼈저리게 느꼈었다. 그리고 이내 낙하산이 펴져 내 몸이 두둥실 허공에 매달렸을 때 나는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카타르시스와 함께 생존의 희열을 만끽했었다.


4차례의 낙하산 강하훈련을 마친 후에 나는 부대로 복귀해 생활했다.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할 경험을 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으로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차게 생활했다. 나는 남들과 조금은 다르다는 선민의식같은 것도 일부 생겨나서 나의 자긍심으로 자라났다. 목숨을 걸고 창공에서 몸을 던지던 그 진중한 겸손함은 많이 사라지고 대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도전해서 성취하리라는 포부가 나의 가슴을 채웠다. 나는 공중에서 뛰어서도 살아남았다는 특별함이 그렇게 나에게 자신감과 강함을 영원히 안겨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최근에 첫 딸이 태어났다. 9개월동안 배앓이를 시키던 제 어미의 뱃속에서 조그만 핏덩이가 나왔다. 무엇을 믿고 이 험한 세상에 태어났는지, 혼자 움직일 수도, 도움을 청할 요량조차 모르는 생명이다. 하나님만이 그 뜻을 헤아릴 또 하나의 기적이 우리 가정위에서 보금자리를 편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우리 아기를 보고 있노라면 문득 낙하산이 펴질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몸을 던지던 그 첫 순간이 떠오른다. 낙하산의 산줄이 내 몸과 낙하산을 연결해 주듯이 부모 자식간이라는 보이지 않는 산줄이 나와 아기를 연결하고 있음을 느낀다. 새처럼 날 재주가 없는 아기는 부모라는 낙하산만 믿고 허공으로 이제 막 몸을 던진 것이다.


강한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던 나는 다시금 연약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나 혼자의 힘으로 어떤 일들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던 그 마음은 이제 아기없이는 다 무의미한 일들처럼 여겨진다. 처음에는 나 자신이 아기를 위한 낙하산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이제는 아기가 나의 삶을 지탱시켜 주는 낙하산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가족과 사랑이라는 이름의 정(情)은 이제 아기를 나에게, 나를 아기에게 연결시켜주는 새로운 산줄이 되었다.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하고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는 것이 나 자신을 강하고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라는 믿음은 이제 남들과 가장 똑같은 어찌보면 지극히 평범하면서 가장 소중한 경험을 하면서 무너져 내리고 있다. 강함은 ‘다름’이 아니요, ‘같음’이라는 것을, 화려한 경력이 아니라 평범한 나의 가정이야 말로 강함의 원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기는 오늘도 그렇게 나의 연약함을 다시 깨쳐주며 동시에 새로운 의미의 강함을 안겨준다.

 

강함은 ‘다름’이 아니요
‘같음’이라는 것
평범한 것임을 깨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