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세상살이에
언제나 힘이 돼 주는
친구들아, 고맙다!
한 동안 머릿속이 복잡한 일로 우울증이 오고, 고 3 둘째 공주가 수능일이 다가오면서 마음을 잡지 못하니 올 가을은 답답한 계절일 수밖에 없었다.
금요일 출근을 하면서 붉게 물들어 가는 가로수들을 보니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 일을 벌리고야 말았다.
우선 산림청휴양림 사이트에서 예약이 취소된 상황을 체크하고 오서산 휴양림에 통나무집을 하나 예약을 한다.
머저리(?)들에게 번개모임을 문자로 통보하고 참석 여부를 알려 달라고 하니 진호, 동규, 조현, 재철, 기창이까지 기다렸다는 듯이 전원 참가를 한다고 알려온다. 갑작스런 1박 2일의 일정에도 무조건 참석을 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행복하다.
일기예보를 보니 서해안부터 돌풍을 동반한 강한 비가 예고된다고 하니 준비물이 복잡해진다.
그래도 일단 바베큐를 포함한 먹을거리들과, 등산을 위한 준비물을 챙기고 토요일 오후 1시에 가람아파트에서 집합을 하기로 한다. 1시가 못 되어서 조현이가 보이고, 조금 있으니 기창이 동규까지 나타난다. 넷이서 내 차에 짐을 옮겨 싣고 출발이다.
공주를 지나 우성삼거리에서 만두와 찐빵을 사고, 휴게소에 들러 간단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멸치국수와 만두로 요기를 하고 재철이네 집에 들러 재철이가 농사지은 먹을거리를 듬뿍 싣고 합류를 한다.
서울서 직접 오서산으로 직행한 진호는 대천에서 떠온 회가 기가 막히다고 빨리 오라고 재촉을 한다. 예정보다 조금 늦은 3시 30분에 휴양림에 도착을 하니 진호가 먼저 자리를 잡고, 매운탕을 끓여 놓고 있었다.
대충 짐 정리를 하고 산에 오르려니, 재철이는 술판부터 벌리자고 난리다. 앉자마자 술 몇 병이 바닥나고, 동규와 기창이는 술을 사러 간다고 집을 나선다.
휴양림 안에 간이매점까지는 10분 정도 산책을 하면 되니 모두들 함께 길을 나선다. 아늑한 산길을 걷는데 급하게 마신 술 때문인지 진호가 힘들어 한다.
잠시 등을 두드려 주고 매점에 도착하니 문이 닫혀 있다. 이제 차를 끌고 나가야 하는데, 산길에서 음주 운전은 피해야 하니 걸어서 가야만 한다. 진호와 나는 숯불을 피우고 바베큐 준비를 하기로 하고 넷이서 마을을 향해 내려간다.
이것 저것 준비를 마치고, 커피 한 잔 하며 쉬려니, 기창이가 술을 사는 동안 일행과 헤어졌다고 연락이 오고, 재철이는 더 이상 못 걷겠다고 차를 가지고 내려오라고 한다. 못 말리는 뒤죽박죽 친구들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40년 지기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어둠이 깔리고, 날은 쌀쌀해진다. 숯불을 피우고, 진호가 대천에서 준비해 온 새우, 석화, 조개 등등을 목살과 같이 구워 놓으니 소주 다섯 병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고구마를 호일에 싸서 숯 속에 넣어 두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지난 세월을 이야기 한다. 동규는 고구마가 기가 막히게 맛있다고 더 구워 달라고 한다.
기창이와 진호는 뒷정리를 하고, 재철이와 조현이는 맞고를 친다. 잠시 후 기창이와 동규까지 합세해서 백원짜리 고스톱 판이 벌어지고 밤은 깊어만 간다. 20여년전 “우리는 영원히 점백이다”고 선언한 이후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고 지켜지고 있는 룰이다.
그래도 재미있다고 허구 많은 밤들을 꼬박 새워가며 즐겁기만 한 친구들이다. 컨디션이 좋질 않아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해 보는데, 마음은 고스톱판에 가 있어서인지 잠이 오질 않는다. 조금 있으려니 진호가 방으로 들어오는데, 머리를 대자마자 코를 곤다.
아침에 눈을 뜨니 바람이 거세지고 천둥번개가 요란하다. 오늘 산행은 어렵겠거니 생각하고 아침을 먹고나니 화창한 햇살 사이로 봉우리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술에 찌든 재철이는 길게 누워버리고, 동규는 꾀를 내니 둘은 남아 있기로 하고 넷이서 걸음을 뗀다. 일반적인 코스를 역으로 돌기로 하고 임도를 따라 1킬로 정도 걷다 보니 등산로 입구가 나타나고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낙엽이 두텁게 쌓인 숲길이 이어진다. 경사가 그다지 가파르질 않는데도 오랜만에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