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에 대해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가족은 미운 우리 신랑과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하나로 단출한 세식구입니다. 우리 신랑은 음주가무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며, 전형적인 가부장적 위엄(?)으로 점철된 인생으로 평생을 사는 사람이랍니다.
또한 신랑의 주특기는 낚시하는 사람들 옆에서 투망 던지기로 여름이면 차에 투망을 가지고 다니는 어설픈 어부랍니다. 지금까지 고기라고는 눈먼 가물치 한 마리 정도입니다만 끊임없이 아무데나 투망을 던지는 체력과 무모함, 그리고 투지는 자랑할만 합니다.
그런 우리 신랑에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하루는 시대의 대세이며 부름이라며 이제는 금연을 한다고 장담을 했습니다. 전에도 몇 번 있던 일이라 신경도 않썼습니다. 왜냐구요? 금연의 이유가 뭔 줄 아세요? 투망을 던지려면 뻘을 이리 저리 헤집고 다녀야 하는데 체력이 많이 딸린다나요? 그리고 경제적으로나 시대적으로 대세라나요? 3일 쯤 참는다 싶더니 다시 담배를 물고 다녔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세일즈맨이라는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내심 야속하기도 하고 미웠습니다. 하지만 신랑의 답변은 더 가관이었습니다. 고객 접대와 여러 동료와 유대관계를 유지하려면 흡연을 필수라면서 거드는 말이 “아… 내가 잠시 잘못 생각했었나봐…" 또 어이가 없었습니다. ‘기가 막혀서… 원… 덩치나 작아야 때려 주기라도 하지… 나 원 참나…"
그런데 믿기지 않을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날도 여전히 음주가무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 일찍 들어왔습니다. 다행히 조간신문은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흐트러진 양복과 헝클어진 머리, 그리고 여러 가지 냄새로 범벅이 된 신랑의 행색은 희미하게나마 그이의 행적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때마침 시끄러운 신랑의 주사에 잠에서 깼는지 일어난 아들이 눈을 비비면서는 “아빠는 담배 끊는 다면서 이게 뭐야… 또 피워… 남자가 그게 뭐야. 어휴 냄새…"
저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신랑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며 파르르 떨리는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이제 우리 아들은 아버지의 권위에 정면 도전한 죄목으로 강력한 응징을 감수할 것입니다. ‘아~~ 불쌍한 우리 아들…"
그런데 신랑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더니만,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씻으러 들어갔습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우리 신랑은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은 하는지, 금연초에다 사탕을 잔뜩 주머니에 넣고 다녔습니다. 하루는 담배를 끊고 싶어도 하는 일이 있고, 동료와 관계에서도 서로 간에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는 등의 불편함을 토로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신랑이 하는 일이 세일즈라서 일면은 이해도 갔습니다.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그럼 담배에 불만 붙이고 피우지는 마요… 그러면 안 돼요?" 신랑의 시선이 곱지가 않았습니다. 험악한 인상에 덩치는 산만한 사람이 세모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표정이 금세 미소로 바뀌면서 손뼉을 치며 덩실덩실 춤까지 추며 기뻐하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래 바로 그거야.… 아 왜 그 방법을 몰랐을까?"
신랑의 하루 흡연량은 주름잡아 1갑 반 정도 피우는데 요즘은 하루에 반갑정도 피우는 듯 합니다. 무슨 방법이 있었는 줄 아세요?
신랑이 하는 말이 일명 ‘뻐금담배"라고 하던데요, 바로 담배를 피우기는 하지만 몸 안으로 들이마시지는 않는 방법으로 동료나 고객이 눈치 채지 못하게 몰래 금연을 하게 된거라네요.
물론 처음부터 쉬운 건 아니었답니다. 제가 생각해도 얼마나 담배를 피우고 싶었겠어요. 그런데 그런 방법이 조금씩 익숙해지니까, 오히려 몸안으로 들이마시느냐, 아니면 다시 내뱉느냐하는 기로에서 스릴까지 느껴지면서 점점 즐기는 놀이로 까지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정도 까지 담배를 줄이게 된 가장 큰 버팀목은 무엇인줄 아세요.
다름 아닌 아들의 그 한마디였답니다. 이제는 아버지의 체면도 체면이지만 쪽팔려서라도 다시 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