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환자에서 뇌혈관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지연됐을 경우 의료기관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환자 K씨의 보호자들이 모 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
K씨는 지난 2004년 7월 피고병원에서 복부 CT를 촬영한 결과 상장간막 동맥류 및 상장간막 동맥경색증 진단을 받아 응급수술을 받은 뒤 일반 병실에서 치료를 받아 왔으나 전신수축성간대성경련과 의식소실을 보이면서 발작 증세 등을 보이자 진정제를 투여하는 등의 응급조치를 취해왔다. 병원은 환자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증상이 뇌출혈보다는 뇌경색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뇌 CT 촬영 결과 환자는 우측 전두엽에 출혈로 인한 혈종이 발견돼, 혈종 제거 응급수술을 실시했으나 환자는 뇌손상이 발생해 현재 의식장애, 사지 강직성 마비, 보행불능, 배뇨배변장애 등 식물인간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환자의 언어장애, 좌측 편마비 증상이 뇌출혈이나 뇌경색으로 인한 뇌졸중을 의심할 수 있는 전형적인 증상인 점에 비춰 병원 의료진이 뇌졸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환자 상태를 보다 세밀하게 관찰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병원측이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결과 뒤늦게 뇌출혈 발생 사실을 발견, 의료상 과실이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다만, 법원은 응급 처치를 한 점을 들어 병원의 책임을 50%로 제한, 3억1천5백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용재 기자 yonggari45@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