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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40주년 기획칼럼/자연 치아 아끼기 운동]80·20

관리자 기자  2007.03.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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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아를 아끼자’는 운동을 전개하면서 우리는 흔히 일본의 ‘80·20운동’을 자주 인용한다. 80세에도 20개의 자연치아를 갖자는 뜻이다.


본래 80·20 이론은 경제학 분야에서 자주 쓰이던 구호이다. 한 국가의 부의 80%가 국민의 20%에 집중돼 있다거나, 엘리트 20%가 나머지 80%의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는 슬로건을 표현할 때 80·20이라고 말한단다. 그러던 것을 일본 치과계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최신 치의학문과 최고급 치과기술을 가지고 국민계보험이라는 전국민 치과의료보험을 통해 심지어 보철분야까지 전액 의료보험 혜택을 주었건만, 실제로 국민들의 구강건강상태는 별로 좋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치료된 치아와 인공치아 수만 늘었다는 자책을 하게 됐을 뿐 아니라, 10여 년 전에 실시했던 전 국민에 대한 구강건강조사 결과, 80세의 노인이 평균 서너개의 자연치아 만을 가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80세의 노인이 적어도 20개 이상의 자연치아를 갖도록 어릴 때부터 계속 관리하자라는 슬로건을 만들게 된 것이다.


왜 하필 80세에다 슬로건의 기준을 맞췄는가하면, 당시 일본인의 평균수명이 80세가 넘었기에, 평균적으로 전 국민이 일생동안 영구치를 적어도 20개 이상은 갖고 돌아가시게 하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어느 치약회사에는 이 슬로건의 숫자를 앞뒤 바꾼 상표로 치약을 판매 했더니 매상이 1위로 올랐었다는 이야기가 있고 보면 80·20이라는 숫자의 이미지 위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우리의 자연치아를 살리고 아끼자는 운동 역시 일본의 80·20운동을 하나의 모형으로 참고하고 있어, 일본의 80·20 운동에 주관하고 관여했던 분들을 모셔서, 이야기도 들어보고 상호 협조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보건복지부의 전국민 구강건강실태조사에 의하면 80세 노인의 자연치아 보유 개수는 대략 13.7개 정도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80세 노인이 20개 이상의 자연치아를 가지자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일본보다는 더 쉬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을 할 때는 80·20 보다는 훨씬 높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일본의 80·20 운동은, 과거에 일본이 치료치과분야와 인공치아 보철과 같은 재활치과 분야에 주력해, 세계보건기구가 제안한 국가간 대표적 비교치인 12세 아동의 우식경험 영구치 지수가 6개 이상 돼 전 국민이 우식이나 치주병에 많이들 노출돼 있었고, 노인연령층은 거의 치아가 다 빠져 있는 상태였을 때 기획한 슬로건이며 프로그램이고, 근래에는 많은 임상예방진료 보급과, 우식과 치주병에 대한 예방 프로그램으로 해마다 12세 아동 우식경험 영구치 지수가 3개 미만으로 낮아져있는 상태라서 이들이 점차 나이 드는 향후 수십 년 후에는 일본의 노인들에서 점차 자연치아의 개수가 많아 질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예견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12세 아동의 우식경험 영구치 지수가 1∼2개였으나 요즈음은 3개가 넘어서 계속 증가해왔고, 따라서 수십 년 후 이들이 나이를 먹었을 땐, 앞으로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는 한 노인의 자연치아 수가 저절로 증가되지는 아니 할 것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


가장 이상적인 슬로건이야 80·28이겠지만 어디 그것이 저절로야 되겠는가, 예방과 조기치료라는 세계 공통의 치과진료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바람직한 진료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치과계가 현명한 대안을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진정으로 우리가 국민구강건강향상을 도모한다면 예방과 조기치료는 공허한 구호 외침이나 이념 철학으로는 절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적절한 실행과 합당한 보상으로 실천돼야만 이뤄질 수 있음을 치과계는 이해해야 한다.
조자원 단국치대병원 예방치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