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최근 개원가를 중심으로 ARS 전화 등을 이용해 법원, 검찰 등 수사기관 직원을 사칭,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개원가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을 법원, 검찰 등 수사기관 직원이라고 밝히고 주민등록번호나 신용카드번호, 휴대전화번호, 은행 계좌번호, 통장잔액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이 잦은 산부인과나 성형외과, 피부과 등은 수사에 응할 것을 요구하며 접근, 정보유출 피해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이 같은 전화 등에 응할 경우 예금인출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법원에서는 ARS 전화를 이용하거나 직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를 물어보는 경우가 없으므로 절대 그러한 시도에 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
#. 사례1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이 제기돼 ○월 ○일에 대법원에 출석해야 하는데 출석하지 않아 ○월 ○일 2차 출석을 통보하오니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으면 9번을 누르세요.”
최근 서울 강남에 개원중인 K 원장의 치과에 이 같은 ARS 전화가 걸려왔다.
K 원장은 일단 사실을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에 ‘9번’을 눌렀다.
그러자 상담자는 자신을 검찰청 직원이라고 소개한 후 사건조회 등에 필요하니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은행 계좌번호, 통장잔액, 신용카드번호 등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처음에 당황했던 K 원장은 최근 인근 병원 원장이 비슷한 유형의 사기전화를 받았다고 얘기했던 사실이 떠올라 “전화번호를 알려 주면 다시 전화 하겠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후 상담원이 알려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없는 번호라는 안내 멘트만 흘러 나왔다고.
#. 사례2
“검찰청 수사관인데 의료분쟁 소송에 대한 수사가 필요해 연락했습니다. 사건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대법원 3480-0000, 내선 00번을 눌러 000기록관에게 문의하세요.”
수원에 개원 중인 P치과 원장에게 최근 걸려온 전화다. 혹시 자신도 모르게 환자가 소송을 제기했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알려준 번호대로 눌렀다.
그러자 “00시스템에 필요하니 안내에 따라 은행에서 폰뱅킹계좌를 개설 하십시요”라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P 치과원장은 “최근 이 같은 사기전화가 많은 줄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계좌개설을 안내하는 것처럼 해 은행계좌에서 예금인출을 시도하려는 의도”를 눈치 챌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P 치과원장은 “막상 의료분쟁 소송과 관련된 것이라고 하니 일단은 뜨끔 하더라”며 “의사들의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만큼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