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통제감 낮아지고 권위감 높아져
서울대 교육연구소 연구 논문 ‘주목’
국내 치과대학생들은 학년이 높아짐에 따라 책임감, 통제감, 자율성 등은 점차 낮아지는 반면 ‘권위감’은 높아지고 전문직업의식은 ‘상업화’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교육연구소 한국인적자원연구센터 최지영 씨와 서울치대 치의학교육개발센터 김민강 씨가 ‘도덕심리학의 관점에서 본 우리나라 치과대학생의 전문직업의식 발달경향’을 연구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특히 이 같은 연구는 개원가 경쟁이 날로 심화 되면서 무분별한 치료비 덤핑 및 의료광고 등 개원가 윤리의식 실종에 대한 ‘위기론’이 대두 되면서 예비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 대학 교육과정 내 전문직 윤리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연구인만큼 주목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서울시와 전라도 소재의 4개 치과대학 재학생 691명으로부터 수집한 PROI-K, 도덕판단력 검사(KDIT), 치과의사용 윤리적 추론능력 검사(DERJT)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치과대학생들의 전문직업의식 중 ‘권위감’은 책임감, 통제감, 자율성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 같은 경향이 높아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즉 이는 치과대학생들이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을 정의함에 있어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진 것을 존중받고 의사결정에서 권위를 가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책임감, 통제감, 자율성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환자와 사회에 대한 ‘의무감’과 ‘책임감’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책임감’이 높아지는 미국학생들과는 상반된 결과로 우리나라 학생들은 ‘권위감’이 약 40점에 달하나 미국 학생들은 약 36점 정도를 보여 우리나라 학생들의 권위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통제감’의 경우도 1학년이나 4학년 모두 미국 평균이 우리나라의 평균보다 높은 편이라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이어 전문직 모델의 발달경향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 1학년보다 4학년에서 상업모델을 가진 학생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길드모델을 가진 학생의 비율이 줄어드는 등 학년이 올라가면서 상업모델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학생의 경우 길드모델과 상업모델의 비율이 거의 비슷한 편이었으나, 여학생의 경우 길드모델을 가진 학생이 상업모델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우리나라 치과대학의 경우 전문직업의식을 개발해 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의 의과대학 및 치과대학 평가인정기준은 각 학교가 일정시간 이상을 전문직업인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교육하는 데 할애하도록 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학생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문직업의식을 기르도록 도와 줄 교육적 개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연구팀은 “전문가의 직업의식이 중요한 이유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어떠한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가 업무수행뿐만 아니라 전문직업과 관련된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