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한의협·의료연대회의 정책토론회
“국민 건강을 무시하고 의료상업화에만 치중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지난 12일 열린 치협, 한의협, 의료연대회의 주최의 정책토론회에서는 의료산업화 논의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 지적과 더불어 향후 의료가 자본에 의해 잠식 당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뤘다<관련기사 5, 12면>.
특히 발제자로 나선 이원영 교수는 “정부는 지난 2004년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시 1년간 해외 유출되는 의료비가 1조라는 주장을 폈으나 실제로는 몇 백억에 불과했고 황우석 전 교수 사태는 의료산업화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했던 참여정부의 무조건적인 정책추진이 근본 원인이었다”며 “특히 현재 정부가 싱가포르나 태국 등과 같은 해외환자유치를 통한 국부창출을 주장하고 있으나 주장만 하고 있지 실제로 이런 상황이 어떤 영향을 우리 국민들에게 미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정부가 표본으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공공병원이 80%이고 의원급도 20%가 공공병원인 등 전 국민의료보장상태가 잘 이뤄져 있어 우리나라와는 실정이 다르다는 것.
아울러 태국의 경우 실력 있고 유능한 의사들이 월급이 많은 해외환자유치 병원으로 몰리면서 정작 국내환자를 돌볼 의사들이 부족하거나 질이 떨어지고 국내 부유한 환자들 역시 이 병원으로 몰려 기존 병원들은 재정적자의 악순환을 겪고 있다. 또 외국인 환자들은 대개 국내환자들 보다 높은 수가를 받게 되므로 외국인 환자진료에 더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입하고 정작 국내환자들의 의료이용에 불편을 겪을 수 있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이 교수는 “이번 의료법 개정이 추구하는 보건의료전달체계는 전형적인 미국식 의료체계와 유사하다. 미국의 의료체계가 고비용-저효율 구조이며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데 왜 실패한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검토하지 않은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면 큰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정토론자인 전민용 치협 치무이사는 정부의 의료 산업화 움직임과 관련 “지금 가장 중점을 둬야할 것은 의료 수요가 늘어나고 고령화 사회가 되는 현실에서 의료의 질을 어떻게 하면 높이는가하는 문제인데 현재 이 같은 과제는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의료로 돈을 벌 것인가 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의료비가 GNP 대비해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이번 의료법을 보면 의료의 질이 향상될 가능성이 낮고 낭비된 의료비가 큰 병원이나 보험회사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주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은 실제 일선 병원에서의 사례를 예로 들며 “의료산업화가 진행되면 대형병원들의 돈벌이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과잉검사, 과잉진료로 환자진료비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도 로비에 커피가게, 꽃가게가 난립하고 있지만 향후 부대사업이 허용되면 호텔과 골프장연습장까지 운영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우석균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의료산업화의 정당성을 담은 주장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병협과 보험협회만을 위한 법”이라고 정의하면서 “이 같은 시스템은 바로 미국의 의료체계로 공적의료보험이 도입되지 못하고 의료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되 의료의 질은 선진국에서 가장 떨어지고 의료불평등은 극심한 상황이다. 영리형 병원 네트워크의 이익을 위해 전 국민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과연 참여정부가 할 일이냐”고 반문했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