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환자간에
신뢰가 바탕이 돼야
치료 예후도 좋습니다
앞으로 2년 후면 치과의사가 된 지 어언 30년이니 이젠 어느 모임엘 가건 선배님을 한 분이라도 만나는 날은 행운이 깃든 날이 된 것이 당연하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머리와 손이 일치하지 않아 지대치 형성 하나 하려하면 앞뒤로 환자 약속을 1시간씩이나 비워두어도 불안하던 햇병아리 치과의사 시절을 지나 이제는 어떤 환자들이 오더라도 퇴근 시간만큼은 맞출 수 있는 경륜이 붙었습니다. 그 사이, 출근 때면 엄마를 보내지 않으려 현관에서 칭얼대던 두 아들이 이제 결혼을 이야기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시절, 대학만 들어가면 걱정 끝~ 할 줄로 믿었는데 요즘도 계속 걱정은 없어지지 않으니 인생이 苦海인지 헬리콥터부모증후인지 모르겠습니다.
개원한지 25년이 되어 가다보니 어지간한 관상쟁이가 된 것 같습니다.
진료실로 들어서는 환자를 일별(一瞥)해도 대략의 성격은 파악이 되고 체어에 앉아 문진을 하다보면 거의 90%정도 파악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환자에 맞춰 치료계획을 세우려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진실한 마음과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다단계 하는 듯한 청년이 잔근치 부위가 아파 발치하기 위해 내원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부위 뿐만이 아니라 중, 측절치 부위도 새카맣고 여러 군데가 상해 있었습니다. 아직 젊은 사람이 이미 많이 상해 빼야 하는 부위보다 남아 있는 치아를 잘 치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 보험치료까지만 이라도 받으라고 설득하니 순순히 따라주었습니다. 전치부부터 일단 근사하게 보험으로 수복하고 구치부 아말감충전도 하고 근관치료 했던 잔근치를 발치하려고 시도했는데, 아뿔사, 엑스레이를 다시 한번 면밀히 살펴 보니 의뢰케이스였는데, 여의치 않아 고생만 실컷 하다가 일단 덮고 다음에 다시 시도하기로 하였습니다.
엄청난 어필을 받을 경우였는데 상담할 때 진정으로 자기를 위해주는 저의 마음을 환자도 느낀 것 같습니다. 진심은 어떠한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아프고 병원 문턱을 넘기 두려워 웃음기 없이 들어왔던 환자들도 일단 통증이 조절되고 상세히 상담해 드리면 몇 차례 다녀 거의 치료가 끝날 때면 대부분 웃고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팔뚝에 문신이 요란하게 그려져 있던 어떤 아저씨가 들어오시는데, 치료에 앞서 일단 무서움증이 들었지만 꾹 참고 아무렇지 않은 양 웃으면서 상담을 상세히 해 드리고 치료도 성공적으로 끝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의료란 의사와 환자 간에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만 치료 예후도 좋은 것 같습니다. 요즘 환자들이 많이 각박해진 측면이 있지만 우리들도 각박해지지 않았는지 반성해 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