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법안 가결률 고작 8.5%
악재 불구 치협 근성 발휘 성과 거둬
지난달 28일 국회교육위원회를 통과한 ‘국립대학치과병원설치법안’이 10%대의 낮은 국회법안 가결률을 뚫고 얻어낸 성과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법안은 의대병원의 일개 치과진료처로 예속돼 있는 경북대·부산·전남·전북병원 치과진료처를 독립된 병원으로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경실련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자료를 바탕으로 17대 국회 전반기(2004년 6월 1일∼2006년 5월 30일) 입법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4년 6월 17대 국회 개회 이후 2년 동안 모두 3156건의 법률안이 의원입법(1인당 평균 10.5건)으로 발의됐다.
이중 가결된 법안은 269건으로 가결률은 10%가 채 안 되는 8.5%가 고작이다.
의원입법의 경우 10건 중 1건만이 국회를 통과한 셈이다. ‘국립대학치과병원설치법’은 고 구논회 국회교육위원회 의원이 의원입법으로 2005년 6월 발의한 법안으로 구 의원은 지난해 11월 5일 지병인 암으로 사망했다.
이와 관련 국회 경력 12년 차인 국회 관계자는 “법안 발의 의원은 발의된 법안의 아버지와 같은 것”이라며 “아버지도 없이 법안이 국회 통과가 확실시 되고 있는 경우는 본적이 없다”고 밝혔다.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가 확실시 되고 있는 ‘국립대학치과병원설치법’은 법안 내용 중 일부를 고치는 개정안이 아니라 기존에 없었던 법률을 새로 만든 제정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4년간의 국회 회기 중에 제정법안이 발의되는 것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다 개정안도 통과되기 힘든 상황에서 제정안 추진은 몇 배 더 힘들다는 중론.
특히 이번 17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는 사학법이라는 여야 대립이 첨예한 법안이 복병으로 등장, 17대 국회 후반기인 2006년 6월부터는 여야가 대화를 거부하며 교육관련 모든 법안 심의 자체가 중단됐다.
더욱이 교육부가 경북대병원 치과진료처 등 4개 치과진료처가 모 병원으로부터 독립됐을 때 적자가 우려된다며 법안심의 당일 날까지 강력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법안통과를 더욱 어렵게 했다.
이같이 어려운 정치 환경과 발의 의원 사망 등 악재 속에서 법안통과가 확실시 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국회 관계자들은 법안 자체가 치대생 교육 활성화와 지방 국립치과병원 육성이라는 공익성이 담보돼 있고, 여야 모두의 이해 관계가 없는 정치색이 전혀 없는 법안이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또 법안이 발의 됐을 때 이를 입법목표로 삼고 발 빠르게 대응한 점과 발의 의원이 사망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추진한 치협 및 4개 치과진료처 교수들의 ‘근성’이 있어 가능했다고 밝히고 있다.
치협은 1년 6개월간 70∼80회 이상의 의원실 간담회와 관계자 면담, 20여 차례 가까운 안성모 협회장의 끈질긴 교육위원회 의원 면담 등을 통해 법안의 취지를 알리는데 총력전을 펴왔다.
안성모 협회장은 “오는 9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완전히 통과하는 날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면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방 4개 국립치대 학생들의 교육의 질이 향상되고 치과진료처가 일류 치과병원으로 발전하는 기틀을 다지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협은 오는 12일 대전에서 국립대치과병원(치과진료처)독립법인화 추진위원회를 개최, 그 동안의 과정을 설명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 할 방침이다. 국립대학치과병원설치법은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상태이며 오는 9월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게 된다.
변호사 출신 등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법제사법위원회는 관행적으로 법안 자구와 체계만 심사하고 특별한 경우만 아니면 법안 통과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특히 본회의의 법안 의결은 사실상 통과 의례여서 ‘국립대학치과병원설치법안’의 국회통과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박동운 기자 dongwoo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