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한 미 <이튼치과의원 원장>
“진정법 가이드라인 기초로 강의…유익한 경험”
지난 5월 13일부터 시작된 정주진정법 연수회는 7월 15일 막을 내렸다. 그날은 예고된 태풍은 오지 않고 그 여파로 눈부시게 파란 휴일이었다. 총 8회에 걸친 진정법 강좌는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을 꽉 채우며 진행되었다. 아침 일찍 시작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 전날 상경하는 분들도 계셨고 훌륭한 교수님들의 열강으로 뜨거워진 세미나실은 초강력 에어컨이 뿜어져 나왔다.
대한치과마취과학회에서 주관한 정주진정법 연수회는 “성공적인 임프란트 수술을 위한”이라는 타이틀로 이번이 제1회였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치과진료시 환자의 불안을 조절하고 보다 나은 처치를 위해 진정법이 널리 시행되고 있다고 하며 우리나라도 최근 임프란트 시술과 더불어 진정법 시행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진정법을 시행할 자격을 갖추었다고 인정하는 표준지침이 없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우려 또한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연수회는 미국치과의사협회 진정법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하여 진지하면서도 풍부한 강의와 실습으로 이루어졌다.
우선 호흡계의 생리와 산소요법, 심혈관계의 해부, 생리, 병태생리를 시작으로 진정제의 임상약리, 불안과 공포의 조절 및 정신과적 문제, 동의서와 기록지에 관한 법적인 고려점등이 다루어 졌으며 국소마취, 진정법의 실체와 합병증에 관한 사항이 이어졌다. 응급의학에서는 쇽, 흉통, 급성관상동맥증후군, 뇌졸중에 대하여 두툼한 자료와 함께 강의가 있었다. 임상에서 많이 접하는 전신질환과 환자상태를 파악하는 강의는 두고두고 참고서적으로 도움이 될 내용이었고 심지어(?) 환자들이 들고 와서 먹는다고 말하는 약이 무엇인지 알도록 친절한 사진도 있었다. 또 소아치과를 전공하지 않으면 접하기 어려운 N2O 가스요법도 해보았고 사실 이에 관련한 기본 지식이 여러 차례 강조된 이후여서 두렵지 않고 흥미로웠다.
정주진정법의 실습은 성인, 소아 애니(1억원이 넘는다고 한다!)에서 심장소리, 폐호흡 소리를 청진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호흡을 유지시키고 수액요법을 하는 방법을 배우고 애니에서 I.V.를 잡으니 빨간 액체가 올라왔다(연수생끼리의 실습은 물론이다). 미다졸람을 투여하여 진정하는 방법은 3가지로 각각 실습하였고 모니터를 보면서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비상시 대처하는 법을 여러 시나리오에 따라 수술장에서 훈련(?)받았다. 마지막 날은 심폐소생술 연수회가 있었다. 사실 의료인으로 살아오면서 심폐소생술을 배우지 못해 좀 바보(?)같다는 혼자만의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에 좋은 경험이 됐다.
치과의 드릴소리는 공포를 일으키는 막강 요인이라고 하는데 뼈에 뭔가를 박고 있다고 생각하는 환자의 심리상태는 무엇에 비하면 될까. 잘 참아준 환자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번 연수회를 마치고 정주진정법 자체는 의외로 간단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러나 거기에는 철저한 교육이 기본이 되어야만 안전하고 시술자 본인 역시 두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것도 배웠다.
그리고 연수회의 성과가 바로 나타난 것은 바로 전신질환에 관한 사항이다. 젊은 환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여러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면서 치과에 내원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전에는 마취금기 환자에 대한 지식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못해 치료를 하면서도 ‘별일은 없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제는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상담하여 줌으로써 신뢰관계가 훨씬 쉽게 이루어지고 치료동의율 또한 높아졌다.
연수회 참가인원은 15명 내외로 이런 강의를 우리 몇몇만 듣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많지 않은 인원 덕에 실습은 확실히 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실제로 전신마취나 의식하진정법을 참관할 수 있도록 수술장 출입이 허락되어 유익한 경험이 되었다. 게다가 바쁜 와중에 소문난 맛 집을 찾아다니며 점심식사를 했으니 휴일을 반납한 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