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가 져야 했던 과실입증책임을 의사가 져야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료분쟁 조정법안이 제정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8일과 29일 잇따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이기우 대통합 민주신당 의원이 발의한 ‘의료사고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과 안명옥 한나라당 의원이 제출한 ‘보건의료 분쟁의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을 병합심의,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으로 명칭 등 내용을 변경해 보건복지위원회 대안으로 가결했다.
의료사고 피해구제법 제정안에 따르면 환자가 증명해야 했던 의료사고 과실입증 책임을 의료인이 증명토록 했다.
또 의료사고 피해를 구제하고 조정하기 위해 독립법인인 ‘의료사고 피해 구제위원회’를 구성토록 했다.
위원회 참여 위원으로는 보건 의료계 인사도 포함토록 했으며, 진료 과목별로 전문위원회도 구성토록 했다.
특히 형사처벌 특례도 도입했다. 이는 형법 제 268조의 죄 중 중과실을 제외하고 업무상 과실 치상죄를 범한 보건의료인이 종합보험에 가입했거나, 피해자와 합의했을 때에는 공소제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의 사망인 치사인 경우는 제외되고 무자격자로 입증되지 않은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또 모든 의료인은 반드시 책임보험에 가입토록 의무화했다. 가입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울러 각 보건의료단체의 공제설립 근거조항은 두되 회원의 선택에 따라 가입토록 임의화 했다.
무과실 의료사고 보상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기우 의원의 당초 법률안에는 의료 사고가 과실과 무과실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만큼, 무과실 의료사고 발생 시 이를 부담하는 국가 기금 설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심의과정에서 의료사고 분쟁은 의사와 환자간의 민사상 문제인 만큼, 국가에서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우세, 결국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전망
의료사고 피해 구제법안이 법안통과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지만 국회를 최종 통과해 제정될지는 미지수다.
이유는 논란이 있는 법안이라는 점이다.
의료사고 과실 증명책임을 의료인이 져야하는 것으로 전환된 만큼 치협, 의협 등 의료계단체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거 국회 입법과정을 볼 때 소위나 해당 상임위에서 통과 됐더라도 정부가 극렬히 반대하거나 이해 당사자가 크게 충돌하는 법안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시킨 경우가 있다.
지난 99년도에도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의료사고 구제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발목을 잡아 제정이 무산된 바 있다.
의료사고 피해 구제법안은 앞으로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심의를 받게 되지만 이 법안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 의견을 피력할 경우, 보건복지위 통과도 장담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의료사고 피해 구제법안은 이번 9월 정기국회에서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과 더불어 가장논란이 있는 핫 이슈 법안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박동운 기자 dongwoo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