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증 책임 의사로 전환 진료 회피 불보듯
의료분쟁 장기화 가능…의료인 물적·정신적 피해 우려
지난달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의료사고 피해 구제법’과 관련 치협은 애초 취지와는 달리 의료분쟁을 장기화시키는 법안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치협은 최근 김태홍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등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과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에게 보낸 의견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렇다면 치협이 왜 이번 법안에 대해 반발하는 것일까?
가장 큰 문제의 핵심은 의료사고 입증 책임이 의사 쪽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치협은 의료소송에서 피해자 측의 입증 곤란 현상이 단순히 증거가 한쪽에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니며 인체의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한 것임에도 불구, 법으로 의사에게 책임을 부담시킬 경우에는 공평성과 적정성이라는 민사소송의 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의료사고는 형사사건과 병행되는 경우가 흔한 만큼,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한 의사가 민사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형사사건에서도 패소해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 이중 부담이 발생된다는 점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법으로 의료사고 입증책임이 명시화돼 의사 측의 패소가 늘어나게 되면 의사들의 방어 진료가 늘어나고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특정 진료과목의 진료를 회피 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의료사고 피해구제 법안은 임의적 조정 전치주의를 채택해 추진 중이어서 이에 대한 치과계 반발 또한 적지 않다.
임의적 조정 전치주의란 의료사고 분쟁처리위원회 등에서 조정을 거쳐 해결하거나 아니면 소송으로 해결이 가능할 수 있게 양자택일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반드시 조정을 거친 후 소송할 수 있는 필요적 조정전치주의와 대립되는 개념이다.
이 방법은 언뜻 보기에는 유연성 있게 보일 수 있으나 의료분쟁의 장기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치협은 법안이 결국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를 채택해 최종 통과할 경우 소송절차와 조정절차를 모두 경유하는 경우가 빈발, 소송기간이 장기화돼 진료에만 집중해야하는 의료인들의 정신적·물적 피해가 늘어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이밖에도 치협은 무과실 의료사고보상조항이 삭제된 것에 대한 반대 입장도 분명히 했다.
치협은 의료행위란 예측곤란하고 의학적 한계로 인해 불가항력적이거나 원인불명의 의료사고 위험을 안고 있다면서 이 같은 경우를 대비해 국가가 재정을 부담하는 무과실 의료사고 구제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박동운 기자 dongwoo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