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보건복지위원회에서 거의 가결될 뻔한 의료사고 피해 구제법안의 재 논의 결정은 치협, 의협, 한의협 등 의료계 단체들의 정책적 공조가 큰 몫을 했다는 후문이다.
의료사고 피해 구제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 심의가 이뤄지기 전날인 10일 오후까지만 해도 통과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장동익 전 의협회장 발언 파문으로 불거진 로비사건으로 의료계에 대한 의원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데다, 시민단체가 강력히 법안통과를 추진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변호사에게 유리한 만큼 보건복지위에서만 가결된다면 20 여년 만에 법안이 제정될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아울러 한나라당 이나 통합민주신당 관계자 역시 정부의 의료법개정안은 몰라도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 만큼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이 같은 비관론은 법안심의 직전 김태홍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법안에 대해 반론이 있는 의원들이 있다 토론해보자”고 제안하면서 급반전됐다.
당초 예상을 깨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법안 가결을 반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전체회의에는 한나라당 의원 9명이 모두 참석, 법안가결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는 응집력을 보여줬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치협, 의협, 한의협, 병협 등 범 의료계 단체가“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 때에는 방어진료로 결국 국민피해”라는 한 목소리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심의가 이뤄진 11일 오후 안성모 협회장을 비롯 주수호 의협 회장, 김철수 병협 회장은 법안심의 현장에 나와 의원들에게 인사하며 법안처리의 바른 판단을 부탁했다.
이에 앞서 4개 의료계 단체 협회장들은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이 지난달 29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자 법안저지에 공조키로 하고 협회 내 인적 자원을 총동원,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의 부당성 알리기에 총력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법안의 위험성을 몰랐거나 가벼이 여겼던 많은 의원들이 법안을 재인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변영우 범의료 의료법비상대책 실무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이 오랬동안 의사협회 회무를 맡아왔지만 지금같이 의료계 단체가 똘똘 뭉쳐 현안에 대처하는 모습은 처음”이라면서 “이 같이 의료계 단체가 단합한다면 “의료법개악 저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박동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