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진료 환경 변화 적응 어려워
조기은퇴 결심 등 스트레스 심각
“이대로 치과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예요. 차라리 치과를 정리하고 속편하게 쉬는 편이 그나마 스트레스라도 덜 받을 것 같아요.”
치과의료계에 대형화, 고급화를 앞세운 마케팅 경영 바람과 신기술, 신술식 등을 전면에 내세운 임플랜트 진료 붐이 불면서 이러한 변화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한 50대 중후반 이후 중장년층 치과의사들이 만성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일부 치과의사들의 경우 이같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병원을 정리하고 조기 은퇴를 결심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개원한지 25년이 넘은 50대 중반의 L모 원장은 올해 들어 급격하게 환자가 줄어들자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단순히 ‘경기 탓’만 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인근에 개원하고 있던 치과 두 곳이 크게 확장해 인테리어 공사까지 새로 마친 후 각종 마케팅을 앞세워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
그는 “양 길목을 막고 각각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었으니 중간에 낀 낡고 허름한 치과의원에 환자들이 올리가 만무하질 않았겠냐”고 한숨 지면서 “오늘도 하루 종일 엔도 치료 환자 2~3명이 다녀갔을 뿐이다. 병원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갈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은퇴하긴 아직 좀 이른 것 같아 병원을 재정비 할 계획이 없냐고 묻자 “그런 생각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며 “병원만 확장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관리비, 인건비까지 그 비용이 있으면 차라리 은퇴하고 맘 편히 쉬고 싶다”고 말했다.
7~8년전부터 개원가에 본격적인 임플랜트 진료 붐이 불기 시작했지만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50대 후반의 K모 원장도 요즘 같아선 병원문을 닫고 싶은 심정이다.
그는 “환자들이 임플랜트 진료를 의뢰 할 때마다 겉으로는 별일 아닌 듯 ‘임플랜트는 안한다’고 답하고 있지만 왠지 무능한 느낌이 들어 스트레스가 된다”면서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미리 공부해 두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고 했다.
임플랜트 진료가 보편화 되면서 일반인들의 경우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임플랜트 진료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자신들 또래에선 임플랜트를 ‘안한다’기 보단 ‘못하는’ 동료들이 상당수에 달한다는 것이 K모 원장의 설명이다.
때문에 동료들 중에는 뒤늦게 임플랜트 연수회나 세미나장을 찾아다니면서 늦깎이 공부에 열중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부도 때가 있는 법, 세미나를 듣더라도 이를 실전 임상에 활용하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아 임플랜트 진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 놨다.
그는 특히 “요즘 들어서는 개원가가 임플랜트 진료로 먹고 산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한다”면서 “임플랜트 진료를 안해서인지 일반 환자들마저 줄어들어 치과 경영이 어렵다.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진료를 하고 싶었는데 아마도 그전에 치과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면서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이처럼 최근 치과계에 불고 있는 급격한 의료환경 변화를 따라 잡지 못한 일부 개원의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조기 은퇴를 결심하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모 원장은 “그나마 저는 자식들이라도 일찍 결혼시켜서 은퇴 생각이라도 할 수 있어 행복한 편”이라면서 “아직까지 대학을 다니는 자녀가 있거나, 미혼인 자녀가 있어 경제적인 부담을 져야하는 동료들의 경우 은퇴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하루하루 힘들게 견뎌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