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의료계·국회 등 반대 한목소리
내년 2월 임시국회 법안 논의도 힘들 듯
치과의사, 한의사, 의사 등의 집단행동까지 야기시켰던 정부의 의료법전부 개정법률안이 이번 17대 국회에서는 제정되지 않는 것이 확실시 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 등 모두 89개법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보건복지위는 이날 상정한 모든 법안을 내년 2월 임시국회 법안심사소위 등에서 다루기로하고 폐회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과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정해 반대하고 있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은 이번 17대 국회에서는 “입법화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중론이다.
2월 임시국회는 모든 의원들이 4월 총선을 두달여 남긴 가운데 열리는 만큼, 법안심의에 의원들이 몰입하기 어려운 데다, 의료법과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은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도 거부감을 보이는 의원이 많기 때문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상정된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 “법안을 왜 무리하게 추진하느냐"면서 복지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양승조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이날 변재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정부의 의료법 전부개정안을 찬성하는 단체가 있느냐? 모든 보건의료 단체들이 결사적으로 막겠다고 하더라. 이같이 반대가 많은 법안을 밀어 붙이는 이유가 무었이냐"고 질타했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도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의원급 1차 의료기관은 줄 도산한다. 악법인 만큼, 폐기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관계자들은 정부의 의료법 전부 개정안에 대해 “법안에 동의하며 찬성하는 의원들은 거의 없다"면서 “정부의 의료법개정안은 오는 2월 임시국회와 상관없이 17대국회에서는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봐도 된다"는 입장이다.
의료사고피해구제법도 보건복지위 전체회의가 열리기 전인 지난달 16일 법안심의를 가졌으나, 한나라당 법안심사소위 의원 3명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파행으로 끝났다.
이 법안 역시 한나라당과 일부 시민단체 조차도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법안의 국회통과는 끝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김태홍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실 관계자는 “한나라당 법안심사소위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이 자체적으로 수정한 의료사고피해구제법 내용에 대해 경실련 등 시민단체도 반대했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도 법안에 대해 논의하기가 힘들어 졌다"고 밝혔다.
의료계가 악법으로 지목했던 두 법안은 국회통과 저지는 지난 3월 21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7만명의 치과의사, 한의사, 의사가 참석한 가운데 집단반대 투쟁을 강행하면서 전개했던 의료인들의 의지가 국회에서 받아 들여졌다는 평가다.
과천벌 집회 이후 치협, 의협, 한의협, 간호조무사협 등 4개 단체는 확고한 공조체제를 유지키로 하고 범의료 의료법비상대책위원회를 계속 가동, 국회 앞 1인 시위를 주도하는 등 의료법개정안과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에 대한 각 단체 회원들의 반대 입장을 국회에 계속 전달해 왔다.
특히 치협에서는 김성욱 총무, 이원균 공보, 김영주 보험이사가 치협 범대위 위원으로 참석, 균형 잡힌 시각으로 비대위 활동을 조율해 두 법안의 국회통과를 저지하는 성과를 올리는데 큰 몫을 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안성모 협회장과 주수호 의협 회장 등 각 단체 회장들도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는가 하면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면담 등 가능한 모든 인맥을 동원, 두 법안의 부당성 부각을 통해 국민건강권과 의료인들의 권익을 보호했다는 전언이다.
박동운 기자 dongwoo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