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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9)조선족 동포를 위한 주말의 행복/강현식

관리자 기자  2008.02.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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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마음을 헤아리는 그들에게서
앞만 보고 내 것만 챙기며 살아온
나의 모습을 다른 시각으로 본다

 


일요일 오후! 점심도 거르고 진료를 받기위해서 멀리서 오신 시골 진료실 풍경은 아침에 잠깐 망설였던 나의 마음을 진정시킨다.
“아빠, 오늘 우리랑 공원에서 자전거타면 안돼?” 하는 딸아이의 부탁에 미안함을 간직한 채, 조금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발한 진료실은 진료진이 도착하기 전부터, 벌써 간절한 눈빛으로 우리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조금 전의 나의 갈등은 저 만치 가고 있는 듯하다.


주중에는 일하느라 잠깐의 시간도 어렵고, 경제적 부담 때문에 끙끙 앓다가 오시는 분을 대할 때면 너무나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연변, 할빈, 산동등 중국 각지에서 사시다가 꿈을 안고 온 고국 땅에서 이들은 미안할 정도로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곳에 오면서 알게 되었다.
비록 비좁고 열악한 환경이지만 이곳은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삶을 공유하는 절실한 장소인 것 같다.


내가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을 때, 도우미를 자청한 위생사 선생님들이 매주 마다 참여해 환자들에게, 가족처럼  다가가는 모습과 예쁜 미소에 나는 깜짝 놀랐다.
이들은 도우미가 아니라 이곳의 주인이었다. 나는 저들보다 더 많이 세상을 알고 있다라는 착각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이들에게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임상을 시작한지 10여년을 보내오면서, 그동안 앞만 바라보고 나의 것만 챙기며 살아온 나의 모습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학생때의 거창한 나의 포부는 사회에 나와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희석되고 합리화 되었던게 사실이었다. 여러 선배 치과의사 선생님들을 대하면서,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나의 길인가보다 하고 나는 철저히 나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무렵, 이곳의 엄청난 사건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던 것 같다.


세상은 나보다 훨씬 훌륭하면서도 겸손하게 나에게 감춰온 이 아름다운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동안 이곳의 다른 훌륭한 선생님들과 같이하면서 쉽지만은 않았다. 각자의 개인 생활 때문에 진료의 공백을 만든적도 있었고, 각 단체에서의 행사 때문에 찾아온 환자분들에게 실망을 드린적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감싸안아주는 모습에서 서로 자각하고, 더 질긴 인연으로 만들어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곳의 긴 여정 가운데에서, 지금은 어쩌면 준비과정의 한 부분일 수 있다. 늘 처음의 마음으로 같이 할려는 선생님들이 있어, 그 과정이 지루하고 힘들 것 같지는 않다.
오늘도 이렇게 순박한 환자와 예쁜 선생님들 틈에서 하루를 마감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마음의 행복을 듬뿍 안고 집으로 가는 것 같아 행복하다.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다른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은 가운데, 내가 너무 앞에 와 있는 것처럼 보일까 부끄럽다.
새해를 시작하는 각오로 나를 재정비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여기고 싶다.

 

강 현 식
·인천 한솔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