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둘러앉아
뜨거운 칼국수를 먹을 수 있는 기회
이 또한 행복이 아니었나 합니다
“엄마 오늘 저녁은 칼국수 해줘!"
“뭐가 맛있다고 칼국시 해달라고 하냐잉… 수제비가 그렇게 좋냐잉? 귀찮아서 하기 싫은디."
(엄마는 칼국수보다 칼국시라고 하고,수제비란 말로 통상 쓴다)
오후가 된 후, 줄곧 실갱이 한다.
오늘은 꼭 먹고 싶은데….
엄마가 오늘도 칼국수 하기 싫으신가 보다.
“치~"
“오늘은 그냥 호박에 된장국 끓여 어제 담근 김치에다 먹자!"
“어제는 김치 담근다고 오늘 하자 그래놓고…."
5시가 되가면서 초조해지는 나.
오늘도 칼국수를 못 먹나 보다.
이제 해는 곧 질것 같고, 어둑어둑해질 것인데… 내일 또 부탁해야지…. 하면서 먹고 싶은 맘을 접을 순간, 엄마가 한 마디 하신다.
“그럼, 니가 반죽 밀어라. 엄마 손 아픈께."
“알았어… 미친놈처럼 밀게. 반죽만 해줘…"
“뭐가 그리 수제비가 맛있다고"
“세상에서 젤 맛있는게 칼국수여!" “칼국수 하는 집에 장가갈거야"
“알았다, 빨리 먹고 치우자."
“오케이"
그럼 저녁 준비가 시작된다!
솥(20년을 우리와 함께 했던 오래된 솥)에 물을 넣고 끓인다.
통 멸치 한 스무 마리를 같이 넣으시는 듯 한다.
엄마는 능숙한 솜씨로 양판에 물과 밀가루를 적당량 넣고 반죽을 시작한다.
물 조금, 밀가루 조금을 반복하시다가 기어이 이제, 양판에 대고 던진다.
그때쯤, 방바닥에 신문지가 깔리고, 도마가 올라온다.
양판에 어른 주먹 두 개 정도의 반죽 덩어리가 엄마손 에서 분해가 된다.
자그마한 귤 크기로 7, 8개 정도로.
그럼 오래된 홍두깨가 찬장 모서리에서 출현하고, 역할을 시작한다.
엄마는 나보고 하라고 해놓고, 엄마가 시작한다!
열심히 잘도 미신다. 어느새 뚝딱 농구공 보다 더 넓은 원이 하나 완성된다.
“내가 할게…."
그럼 이때쯤, 가스불에는 멸치 우려내는 냄새가 기가 막힌다.
이때 마늘이 들어갔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왠지 지금 기억으론 마늘냄새, 양파냄새도 같이 나는듯 한다.
이 멸치육수 냄새가 진짜 죽인다~ 코가 간질간질하고, 입에 군침이 돌게 하는 장본인.
그럼 엄마는 멸치를 거르러 가시고, 나의 손에 홍두깨가 잡힌다.
이 홍두깨가 말이 쉽지, 절대 쉬운게 아니다.
좌우 균형을 맞추기가 영 쉽지 않다.
전진 후진 할때 양 손의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여지 없이 한쪽으로 휩쓸리면서 반죽이 얇아지면서 터져버리는 불상사가 생긴다.
3개 밀면 3개 모두.
엄마는 핸드볼 공 만한 너비의 반죽을 보곤 ‘아이고, 잘도 미네"하고 칭찬하신다.
분명히 못생기고, 어설픈 반죽판을 보고 당신이 한번씩 마무리를 하셨지만, 못했단 말은 하지 않으셨던것 같다.
정말 볼품없는 반죽판을 보고 ‘허 이놈봐라, 제법 잘 미네… 골고루 참 잘 미네" 라고 하시면서, 내가 정말인줄 알고 열심히 반죽을 잡고 밀수있게 날 이끄셨던 것 같다!
둥글게 밀린 반죽판은 양판 귀퉁이에 돌아가면서 놓이게 됩니다. 3, 4개가 모이면 한쪽에선 반죽을 밀고 있고, 엄마는 면을 썰고 계십니다. 이때 정말 이 음식의 주메뉴인 칼이 나옵니다.
넓게 펴진 반죽판위에 다시 하얀 밀가루가 뿌려지고, 한번 뒤집어서 다시 밀가루를 뿌립니다. 그런 다음 김밥 싸듯 반죽판을 몰아서 김밥썰듯, 무채썰듯 썰기 시작합니다.
칼 솜씨가 예사 솜씨가 아닙니다.
“우와, 엄마 진짜 잘 썬다!"
그럼, 엄마는 솜씨 자랑 한번 하십니다.
“자 눈감고도 썰 수 있어. 봐라" 하시면서 눈 감고 반죽을 썹니다.
그때의 엄마는 세상에서 젤 멋진 엄마로 변신합니다.
똑똑똑, 똑똑똑, 일정한 간격으로 썰립니다.
그럼 썬 면은 양판에 그냥 넣는게 아니고, 밀가루와 함께 털면서 넣습니다. 가끔 밀가루도 뿌리면서, 그렇지 않으면 면끼리 엉켜붙어 칼국수 먹을때 두꺼운 면이 되어 가운데는 익지 않을 때가 있으니, 이 과정도 상당히 중요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