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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1)엄마표 칼국시 (하)/박래준

관리자 기자  2008.02.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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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칼국수보다 맛있는 것은
가족을 향한 사랑과 정성이
가득 들어간 음식이기 때문이다


<1619호에 이어>
면이 국물에 입수를 하게 되면 누나들은 상을 놓게 되고, 서로랄 것도 없이 수저를 사람수 대로 놓고, 반찬을 놓습니다.
열무김치를 담근 날이면 우리들의 입속은 너무 즐거웠습니다.
겨울엔 싱건지와 동치미가 한몫 거들었습니다.
칼국수라는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없이 사계절 음식이었으니까요.
더운 여름에 무슨 칼국수냐구요?
모르는 소리, 개인적으로 여름에 먹는 칼국수가 젤 맛있습니다.
땀 흘리면서 먹는 칼국수.


밭에서 지붕에서 갓 따온 푸른호박이 곁들여지면 금상첨화니까요.
엄마는 이때즈음 가장 중요한 작업에 들어가십니다.
옆에는 마늘 다진것, 양파 썬것, 파 썬것, 파란 호박, 계란 깨 놓은 것이 준비돼 있고, 밑에서 끓어오른 면들이 푹푹 가운데로 솟아 오르면 이 때 마늘이랑, 양파, 호박 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파는 마직막에 넣는 것 같았고, 계란은 불 끄고, 마지막에 휘저으면서 넣으셨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멸치, 마늘, 양파, 호박, 파, 계란은 엄마표 칼국수 필수재료입니다.
칼국수가 다 끓으면, 방에는 어느새, 걸레가 동그랗게 깔려있고, 엄마는 그 무거운 솥을 힘껏 들고 들어오십니다.


둥그런 상엔 어느새 모두들(엄마, 아빠, 형 둘, 누나 둘) 둘러 앉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고 기다리고 있지요.
그러면 준비된 그릇들에 칼국수는 분배가 되고 분배가 다 됨과 동시에 시식에 들어가는 거죠. 후루룩 쩝쩝 후루룩 하아~.
기다랗고 넓은 수증기들이 우리 가족 머리위로 날아 천장으로 퍼집니다.
여름밤 편상에서 먹을 땐 수증기들은 깜깜한 하늘 별빛속으로 퍼져 나갑니다.
다들, 두 그릇씩은 기본으로 비웠지요!!
전 꼭 두 세그릇은 먹어야 직성이 풀렸지요.


왜 그리 칼국수에는 욕심이 많았는지….
지금도 칼국수라면 다른 사람의 1,5배는 더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빠, 엄마는 마지막은 꼭 밥으로 마무리 하셨던걸로 기억합니다.
칼국수를 자식들에게 양보하신건지 아님, 밥이 더 좋으셨던 건지….
그리고 참 엄마표 칼국수에는 통멸치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 통멸치가 엄마가 못 걸러내신건지, 아님 자식들 일부러 멸치를 먹일라고 남기신건지.
먹다가, 그땐 꼭 가려서, 그릇 옆에 분리 해놓은 기억이 많아서 ‘엄마는 왜 꼭 멸치를 넣지? 이 맛있는 칼국수에?" 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지금 그 칼국수가 있다면, 아마 통멸치까지 아작아작 씹어 먹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아들도 아마 칼국수에 멸치가 있다면 걸러 내고 먹을 듯 합니다.
그리고 엄마표 칼국수 국물은 조금 부족한듯 했습니다.
처음 먹을때도 그렇고, 두 그릇, 세 그릇째가 되면 국물이 날아가서 그럴수도 있지만, 국물은 안 보이고, 면들만 나뒹굴고 있습니다.
지금의 바지락 칼국수나 해물 칼국수, 얼큰 칼국수처럼 국물이 말갛게 남아있는게 아니라는 말이지요.
그래서 국물맛이 시원하다, 얼큰하다 그런 느낌은 없습니다.
다만, 멸치로 끓인 이 칼국수의 맛은 국물이 적지만, 어떤 다른 칼국수보다 맛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엊그제 서울 올라 오신 어머님.
“아이고, 밀가루 안 가져왔시야~, 국산 밀가룬디. 수제비 해 먹으면 맛있는디. 우리 형빈이도 좋아하고. 내가 차 안 놓칠라고 서둘다가 깜빡했이야."
20년 전쯤엔 아마 국산 밀가룬 없었을듯 합니다.
그땐 모두 수입산 아니었을까요?


지금, 생각하면 국산 수입산이 중요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가족을 향한 사랑과 정성이 들어간 음식 그 자체였지요.
요즘 생각하면 참, 미련하리만큼 힘들게 해 먹은 음식이지요.
지금은 4~5000원이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니 말입니다.
온 가족이 달려들어 밀가루 반죽부터, 상 놓고, 반찬 준비하고, 온 가족이 빙 둘러 앉아 먹을 수 있는 모습이 보기 흔한 모습은 아닐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