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문읜의 향연, 치과의사문인회 作 / “웰컴 투 대전, 콜로메르!” / 임철중

관리자 기자  2008.07.10 00:00:00

기사프린트

 


인사청문회로 정가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정치에서 인사가 만사라면 지휘자에게는 선곡(選曲)이 만사가 아닐까? 지난달 28일 시향의 마스터시리즈 제 1탄‘독일음악의 정수’를 본 소감이다.
첫 곡‘대학축전 서곡’은‘어여쁜 장미’로 우리말 가사가 붙은 서정적 부분과 아카데믹 프로세션의 장중함을 연상시키는 느릿한 행진곡풍의 멜로디가 접속되는 브람스의 대표적 서곡이다. 두 번째 피아노 협주곡은 슈만의 낭만적인 체취가 가장 물씬한 곡이다.


브라스(Brass)와 30%쯤의 스트링을 덜어낸 편성으로도 모자라, 숨죽여가며 오케스트라를 조율하는 콜로메르는, 마치 시 낭송의 배경음악 또는 리드싱어를 받쳐주는 백 코러스처럼 조심스러웠다.
이런 배려의 결과, 이날따라 몸 컨디션 탓인지 파워보다 감성에 호소한 최희연씨의 피아노와 시향이 서로 경계 없이 녹아들어 혼연일체를 이루는데 성공하였다.
2부는 슈트라우스의 교향시‘차라투스트라’. 필자는 이곡을‘고전’적 고전음악이‘현대’적인 고전음악으로 넘어오는 이정표라고 생각한다.


서주부의 전자음악처럼 환상적인 멜로디를 어떻게 백년을 앞서 만들었을까 감탄하지만, 사실은 공상영화나 전자기기가 그의 선율을 빌려간 것이다.
1968년 거장 큐브릭(S. Kubrick)은 SF소설의 대가인 클라크(A. Clarke)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고 시나리오를 공동집필하여, 불후의 명화‘2001; Space Odyssey’를 만들었다.
영화는 바로 슈트라우스의‘차라투스트라’로 시작하고(새벽), 인류의 탄생에는 그의 부친 요한 슈트라우스의‘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썼다.
인류 진화의 궁극적 형태가 육체 없는‘이성(理性)의 존재’라는 착상(소설에서는 바흐로 상징) 역시, 슈트라우스의 작곡 모티브인 니체의 철학서(書)‘차라투스트라’에 대한 큐브릭의 재해석이다.
이러한 생각을 깔고 다시 연주로 눈을 돌리면 현악파트의 보잉부터가 눈에 익은 클래식연주와 달리 보이고 두 대의 하프와 두 개의 튜바라는 편성도 범상치 않은, 군더더기나 늘어짐이 없는 특급 연주임을 깨닫는다.


무엇보다도 바흐, 베토벤, 바그너가 아니라, 개성이 뚜렷한 브람스와 슈만과 R 슈트라우스의 진수를 뽑아 관객들에게 선사하였다. 상당히 힘들었을 단원들의 연습모습이 눈에 선하다.
작년에 콜로메르가 부임한 이래 반년 남짓, 마치 정 붙이지 못한 후처(後妻)처럼 겉도는 느낌은 필자만의 것이었을까? 물론 계약 전에 예약된 본인의 일정 때문에 시민과 스킨십이 부족했던 탓도 있으리라. 그러나 이날 저마다 개성이 강한 세곡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시향의 연주를 들으면서, 지휘자의 내공과 특히 곡목 선정에서 대전시향에 대한 상임지휘자로서의 열정과 책임의식을 엿보았다면 과장일까?


앙코르 박수를 치면서 필자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Welcome to Daejeon, Maestro Colomer!" 
지휘자는 팔 할을 뒷모습으로 말한다. 큰 키에 떡 벌어진 그의 어깨는 사자의 그것처럼 폭발적인 파워를 감춘 채 꿈틀댄다. 또 한 사람의 거인 바이올린의 푸스카스와 둘이서 이루는 투 톱 시스템(?) 또한, 팬들의 듬뿍 사랑을 예감케 하는 비디오다. 다음 주에 역시 전당에서 열리고 이어서 서울서 원정공연을 가질 제 2탄,‘프랑스와 러시아 이야기’를 새삼 기대한다.
2008. 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