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사전적 의미는 ‘생산이나 소비 등의 경제활동이 쇠퇴하거나 침체를 나타내는 상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치과기공계에서의 불황은 어쩌면 ‘숙명’과 같은 것이었다고 ‘1세대’ 치과기공사들은 회상한다. 문제는 최근 치과기공계를 강타하고 있는 불황이 시장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파괴력을 가진 것은 물론 이들의 미래를 더 이상 낙관적으로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송준관 대한치과기공사협회(이하 치기협) 회장은 “치과기공계의 중간 계층이 무너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정체된 기공수가와 과잉 배출된 인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들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현실적 해법은 상당수의 인력감축과 규모 축소뿐이라는 ‘읍소’가 예사롭지는 않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 과연 치과기공계가 최선의 선택과 노력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언제까지나 치과의사들의 ‘관용’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는 지적은 한계인 동시에 당연한 ‘명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공멸의 상황’ 벗어나야
비판은 내부에서부터 시작됐다. 대내외적 불황에 대한 분석과 자체 전략이 부족했다는 자성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치기협이 발표한 ‘치과기공물 원가조사결과’ 자료는 이 같은 노력의 시발점이 될 수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회원들의 협조 부족, 치기협의 설득력 부재는 순탄치 않은 전망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치과의사들의 관용’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만만치 않은 거부감도 표출됐다. 협회가 회원들의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원로 치과기공사인 서울의 K 소장은 “협회의 세부 전략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지만 협회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관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문제”라고 논평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치기협은 불황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21일 치기협 전국치과기공소대표자회(이하 대표자회)는 이례적으로 250여자 남짓한 결의문을 발표했다. ▲기공수가 자율결정 ▲치과기공사만 기공소 개설을 할 수 있는 법적 보장 ▲법적 업무범위 준수 ▲기공물 제작기간 준수 등을 명문화한 이 결의문에 대해 치기협 측은 “치과기공계의 의지와 방향성을 압축한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치기협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업체들의 밀링센터 운영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고 나서는 등 생존권 수호와 내부 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송준관 치기협 회장은 “(기공계 불황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검토와 의견개진을 하되 잘 되지 않을 경우 향후 강경한 대책까지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기공계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기공수가 인상과 관련 대국민 홍보나 언론에 대한 호소 등 치과계 내부 논의를 넘어선, 보다 가시적인 수단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결국 모두가 공멸로 가는 ‘첩경’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 역시 높다. 마주 보고 달리는 ‘치킨게임’의 궤도에 누구도 올라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바로 치과계가 명심해야 할 대전제라는 지적이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
<10면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