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지사 “영리병원 재추진” 불씨 남겨
제주특별자치도의 국내 영리병원 설립이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달 28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24∼25일 이틀간 도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내 영리병원 여론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39.9%로 찬성 38.2%보다 약간 높게 나타났다.
이어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17%, 의견 없음이 4.9%였다.
이번 여론 조사에 앞서 제주도는 국내 영리병원 허용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자, 도민 여론조사를 통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번 조사로 인해 제주도와 비슷한 개발 모델을 갖고 있는 전국의 경제자유구역에서도 영리병원 허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조사결과 영리병원 반대 이유로는 ▲의료비 급등이 37.6%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의료서비스 양극화 심화 19.1% ▲민간보험사들의 의료시장 독식 14.8% 등이었다.
찬성 이유는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32.6% ▲지역경제 활성화 21.4% ▲의료산업의 발전 11.2% 등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결과가 발표된 후 제주도 내 2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의료민영화 및 국내영리병원 저지 제주대책위원회", 참여연대, 건강연대, 보건의료노조 등은 일제히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 “중앙정부와 제주도는 영리병원 관련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대책위원회는 “제주도민의 반대 여론은 국내영리병원 허용이 결국 전국적 의료민영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정부, 여당은 제주도 결정을 교훈 삼아 의료민영화를 포기하고 국민건강권 보장의 원칙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건강연대도 “제주도민의 현명한 판단과 결정에 대해 깊은 경의와 존경을 표하는 한편, 제주도민과 함께 영리병원 도입 무산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정부는 실체도 없는 장밋빛 청사진만을 갖고 의료민영화를 밀어붙일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도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영리법인병원 설립은 이번 입법예고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하지만 “영리법인 병원 제도는 제주 서비스 산업 구조의 대변혁을 이룰 수 있는 창조적 도전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여건이 성숙되면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재추진하겠다”고 밝혀 영리병원 재추진의 불씨를 남겼다.
한편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과 관련 찬성입장을 표명했던 제주도 의사회ㆍ한의사회ㆍ약사회와는 달리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했던 제주지부의 경우도 이번 결과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부기은 제주지부 회장은 “제주지부는 이번 도민 여론조사에 앞서 치과의사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코자 지난달 22일 영리병원에 대한 회원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90%가 넘는 회원들이 영리병원 허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만약 도민 설문결과 찬성 의견이 많은 경우 대처 방안 등에 대해 고심했으나 반대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상당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 회장은 하지만 “김태환 지사가 영리병원 재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힌 만큼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재추진에 대비한 대응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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