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시스템 구축·사내 보안교육 등 필요
기업의 기술유출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치과업체에서도 이 같은 기술유출 사건이 발생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국내 치과업계의 경우도 과거에 비해 최첨단 기술력을 요하는 제품 개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중소업체들이 늘고 있는 만큼 자사의 산업 기술보호를 위한 보안시스템 구축과 사내 보안교육 등에 보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8일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서 첨단 치과장비의 설계도를 훔쳐 경쟁업체로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진모(45)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진씨는 2004년 6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치과용 의료기기 개발업체 A사 기술연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A사에서 개발한 치과용 촬영 장비인 "덴탈 임플라그라피"의 설계도를 몰래 USB에 저장한 뒤 2006년 말 B사로 이직하면서 이 설계도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사가 41억여원의 비용을 들여 개발한 덴탈 임플라그라피는 임플랜트 등 치과시술을 할 때 사용하는 단층 촬영장비로 기술 유출로 향후 5년간 2조2천억여원 상당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회사 측은 추산했다.
진씨는 경찰에서 “첨단기술을 빼돌린 적이 없다. 왜 설계도가 USB에 들어있는지 모르겠다”며 범행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B사는 설계도를 이용해 A사와 똑같은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나 특허 문제가 걸려 실제로 판매하지는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 치과업체 관계자들은 “치과업체간 우수 인력을 빼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기술유출로 인해 처벌까지 받은 사례는 드물었다”면서 “이번 사건은 CT 등 세계 유수 업체들과 순위를 다툴 만큼 상당한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치과업체들이 늘고 있는 시점에서 치과업계에 기술보안과 관련 경각심을 심어 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관계자들은 또한 “국내 치과업계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어렵게 최첨단 기술력을 요하는 제품의 연구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자체 보안시스템 구축 등 산업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방안 마련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지식경제부가 산업기술 보유 업체 및 기관 1176개(기업 1060개, 연구소 37개, 대학 79개)를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산업기술 유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제품제조기술의 유출’이 55.4%로 가장 많았고 최종기술개발결과(18.1%), 기술개발전략 및 개발계획(18.1%), 주요 설비 설계도(13.3%) 등이 그 다음 순이다.
유출에 사용된 수단은 USB와 CD 등 보조기억장치가 50.6%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e메일·파일공유시스템(24.1 %), 컴퓨터·노트북PC 반출(14.5%) 등으로 조사됐다.
주요 유출 경로는 전·현직 임직원이 86.7%로 가장 많았으며 기술거래(9.6%), 외주용역(4.81%) 등의 순이었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