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종이위에 검은 먹으로 속도감 있게 그려낸 여인의 누드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다. 최소한의 선이 만들어내는 절제의 미학.
치과의사이자 크로키 화가 김을식 원장(금백치과의원)이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4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2008 현대 뉴 아트페어’의 부스전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회에서 김 원장은 소품 10여점을 추려 관람객을 맞았다.
올해로 18년째 크로키 작업을 하고 있다는 김 원장은 이 작업을 선의 미학이라고 말한다.
“그림을 그리다 중간에 수정을 할 수도 있는 일반 유화와 달리 크로키는 한번 그린 선을 수정 할 수가 없습니다. 검술로 치면 ‘진검승부’에 비유 할 만 합니다.”
김 원장이 주로 그리는 소재는 여인의 누드.
“여체의 아름다움은 고대 비너스 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끊임없이 예술의 관심대상이었습니다. 누드모델처럼 작가도 자신이 갖고 있는 관념을 모두 벗어버리고 30초도 안되는 순간에 모든 것을 표현해 내는 손맛이 크로키 작업의 매력입니다.”
서울치대 미술반(1977창립)의 2기 멤버로 활동한 김 원장이 처음부터 크로키를 그렸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유화를 그렸지만 개원활동을 하면서 캔버스 앞에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크로키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이게 주가 됐습니다.”
크로키는 움직이는 사물의 모습을 순간적으로 포착해 짧은 시간에 그려내는 스케치의 한 종류. 그러나 이제는 하나의 독립된 예술영역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현재 대구지역 크로키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원장의 꿈은 점차 그림 그리는 일을 통해 문화사업을 활발히 전개하는 것.
“치과의사로서 문화사업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 사람들에게 치과의사의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알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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