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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 기자가 본 치과계]SBS 오보와 치협이 할 일 /김상훈 동아일보 기자

관리자 기자  2008.11.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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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를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국정감사는 매우 중요한 행사다. 보건복지가족부를 5년여 출입한 필자지만 아직도 매년 국감 시즌에는 신경이 예민해진다.
국회의원들은 국감스타가 되고 싶어 ‘충격적’인 자료를 쏟아낸다. 국감이 진행된 약 20여 일 간 국회의원들이 쏟아낸 자료는 천 건이 넘는다. 그 자료 중에는 이른바 ‘낚시질’을 하는 것들도 있다. 그러나 나름대로 쓸만한 자료들도 더러 보인다. 그 때문에 기자들은 국감기간 내내 자료의 옥석을 구별하기 위해 씨름해야 한다.


이번 국감을 지켜본 기자들은 국회의원들에게 몇 점을 줬을까. 기자들이 모여서 의견 교환을 한 적이 없기에 결과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간간이 다른 기자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유추하면 후한 점수는 얻지 못할 것 같다.


이번 국감에서 나온 자료 중 상당수가 지난해 국감에서 몇 차례 거론된 것이었다. 심지어 2년 전, 3년 전 자료를 마치 최신 자료인양 가공한 것도 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드러났다’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하늘과 땅 차이다. ‘여전하다’는 것은 정부 정책이 개선되지 않아 겉돌고 있다는 뜻이 되겠지만 ‘드러났다’는 것은 그동안 몰랐던 불법을 처음으로 적발했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많은 국회의원들이 ‘여전한’ 것을 ‘드러난’ 것으로 포장했다. 한 기자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세금 아깝다.”


이제 올해 국감은 끝났다. 그런데도 필자가 모두에 길게 국감을 언급한 이유는 그 중 한 자료를 논의해보기 위해서다. 바로 치과의 80%가 허위로 부당청구를 하고 있다는 자료다.
민주당 의원이 낸 이 자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30개 병의원을 골라 표본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24곳이 부당청구를 했다는 내용이다. 24곳이 허위로 타낸 건강보험 재정은 2억 원에 이른다고 자료는 밝히고 있다.


치과의원의 80%가 부당청구를 한다는 헤드라인은 정말 자극적이다. 이 말을 과잉해석하면 ‘치과의 80%가 부도덕하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실제 일부 언론에서는 이 자료를 근거로 “치과의원들의 부당청구가 일반화돼 있고 상습화 돼 있다”는 국회의원의 분석을 내보냈다. 부당청구액 환수를 넘어 면허정지 같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어떤 부당사례가 있을까 궁금해진다. 한 치과의원은 찍지도 않은 방사선 촬영비용 1백만여원을 청구했다고 한다. 일부 언론은 “환자가 누워 입을 벌린 상태에서 치료를 받는 치과의 특성상 어떤 재료로 어떤 치료를 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치과의 부당청구가 심하다)”라는 식의 심평원 직원 인터뷰까지 실었다.


부도덕한 치과의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다. 경영압박에 시달린 치과의사들이 ‘바가지 진료’를 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한 언론에서는 단지 어금니 충치를 치료하기 위해 찾은 치과에서 “충치뿐 아니라 신경치료와 미백치료까지 해야할 것 같다. 3백만 원이 좀 더 들 것 같다”고 했다는 사례를 기사화했다. 소비자가 화나는 것은 당연하다. 


치과의사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 애매모호한 기준 때문에 졸지에 부당청구 의사가 되는 상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소비자에게 치과의사는 ‘갑’으로 여겨지고 있다.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해서 일반 국민이 “아, 정말 그럴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나서야 한다. 먼저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회원들을 ‘교육’시키고, 정말 부도덕한 회원을 적극적으로 적발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애매모호한 기준의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이런 노력이 소비자의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