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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 기자가 본 치과계/김상훈 동아일보 기자]스케일링이 보장성에서 제외된다면

관리자 기자  2008.12.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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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의계의 입장에서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내년도 건강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수준에서 인상할 것이란 소식이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 된다면 그것은 최근 경제난으로 인해 서민들의 가계 사정이 급격하게 나빠진 탓일 거다. 병의원에 갈 돈도 아껴 써야 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료까지 큰 폭으로 올리면 이미 주름진 가계는 더 쪼그라들 것이 뻔하다.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지난 10월 27일 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계획에 대해 기본 방안과 1~3안 등 모두 4개의 방안으로 나눠 발표했다.


기본 방안은 암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10%에서 5%로, 희귀난치병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20%에서 10%로 낮추고 소득수준에 따라 건강보험 진료비 본인부담 상한액을 차등화한다는 게 골자다. 이 기본 방안만 추진할 경우 4천5백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며 기존 재정을 쓰지않는다면 이 때 건강보험료는 약 1.8%가 인상된다.


기본 방안의 항목들은 정말 필수적인 것이다. 따라서 보험료 인상폭과 관계없이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별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1~3안에 명시돼 있는 항목들이다. 척추관절질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검사, 치석제거(스케일링), 노인틀니, 치아홈 메우기, 불소 도포, 충치 치료(광중합형 복합레진), 한방 물리치료, 고도 비만 치료, 초음파 검사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항목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3조8천7백80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건강보험료는 16.9%를 인상해야 한다. 어떤 국민이 이 경제난에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필자는 복지부가 다소 신중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복지부는 ‘후보군’을 투명하게 공개한 뒤 국민의 의견을 구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국민은 “내년에는 많은 진료항목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겠구나”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은가.


치과의사들도 잔뜩 기대에 부풀어있었던 것은 마찬가지다. 이번 보장성 후보로 스케일링 등 그동안 치의계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해 온 항목들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경제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 때문에 보험료 인상이 상당히 부담스럽게 된 것이다. 스케일링을 보장성에 넣을 경우 7천억원, 노인틀니는 1조원으로 각각 3.04%와 4.35%의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복지부는 10월 30일부터 11월 12일까지 서울, 광주, 전주, 대전, 수원, 부산, 대구 등 7대 도시를 돌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에 대해 공청회를 가졌다.
이 공청회에서 가입자 대표인 시민단체들은 “건강보험 재정이 2조 원 이상 흑자가 쌓여 있기 때문에 이 돈으로 보장성을 강화하고 보험료는 동결하자”고 제안했다. 심지어 경제계 인사들도 “경제난으로 인해 기업과 근로자 모두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보험료 인상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사실상 동결을 주장했다. 복지부도 이를 받아들여 보험료 인상폭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 인상폭이 3%를 초과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심지어 보험료를 동결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치과의사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는 것을 필자는 알고 있다. 많은 치과의사들이 환자가 없어 아우성치고 있다는 사실도 필자는 알고 있다. 필자도 스케일링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에 찬성한다. 그러나 지금은 함께 힘을 합쳐야 할 때다. 그게 나중에 더 큰 것을 얻는 방법이기도 하다.
때로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비축해 둬야 한다. 치의계가 신중해졌으면 좋겠다.

 위 원고는 11월 24일 이전에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