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380Km. 차로 가면 5시간여 거리에 있는 한 종합병원. 이 병원의 ‘수장’은 오늘도 외래에서 치과진료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23년간 공공의료기관에서 치과계의 위상과 운신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해 온 치과의사 양재희 병원장(한국산재의료원 창원병원)이 본지가 제정한 ‘올해의 치과인상’, 그 다섯 번째 주인공이 됐다. 단연 의과 중심의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을 비롯한 각 구성원들의 신망이 우선 전제돼야하는 병원장으로 취임, 후배들에게는 희망과 꿈을, 동료들에게는 긍지와 신뢰를 심어왔다는 점에서 그의 20여년 공직생활이 이제 자그마한 ‘보답’을 받게 됐다. 양재희 병원장은 “앞서 수상하신 분들이 모두 치과계를 대표하는 대단한 분들인데 이처럼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돼 과분하다”는 겸허한 수상소감을 밝히면서 앞으로도 한결 같이 이어온 삶의 철학과 소신 아래 환자진료와 의료계 발전을 위해 헌신할 것을 거듭 다짐했다.
양재희 병원장은…
1975년 부산 동래고, 81년 서울치대를 졸업했으며, 84년 부산대병원에서 구강악안면외과 수련을 마치고 치과과장으로 창원병원에 입사, 2004년 5월 진료부원장, 2006년 10월 병원장 대행 등 병원 내 요직을 거쳐 지난 2007년 1월 치과의사로는 최초로 창원병원 병원장에 공식 취임했다. 부산대 치전원 외래교수, 경남 병원협회 부회장, 국가배상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지역 의료계를 대표하는 활동을 펼쳤다.
창원병원은… 지난 1979년 근로복지공사법에 의해 창원공단에 설립된 산재보험시설로 출발, 1995년에는 산재의료관리원 창원병원, 2002년에는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 지정됐으며 올해 7월에는 한국산재의료원 창원병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현재 치과를 비롯한 18개 진료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30여명의 의료진, 28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453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85년부터 23년 진료 매진
창원병원 8대 병원장에 임명
지역주민 위한 환자진료 헌신
# 치과의사, ‘CEO’를 만나다
지난달 26일 인터뷰를 위해 찾은 창원병원 치과진료실에서 양재희 병원장은 지난 85년부터 이어온 8540일 동안의 여정에 여지없이 다시 하루를 더하고 있었다.
진료실 이곳저곳의 유니트체어를 옮겨 다니며 꼼꼼한 자세로 환자진료에 분주한 모습. 곧바로 이어지는 긴급병원 간부회의는 예정된 점심시간 중반을 훌쩍 넘겨서야 끝났다.
양 병원장은 지난해 1월 공모를 통해 453병상 규모의 공공의료기관인 창원병원 제8대 병원장으로 당당히 취임했다.
개인적으로는 민간병원 보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공공의료기관에서 재직하면서 쌓아온 지난 23년의 노력과 소신을 인정받은 결과이자 치과계로서는 새해와 함께 찾아온 ‘경사’였다.
치과의사로서는 최초로 한국산재의료원 산하 병원장에 취임한 것으로 공공 의료기관의 ‘리더’로 치과의사가 전격 임명됐다는 사실 자체가 전례가 드문 쾌거였다.
종합병원의 최고경영자로서는 필수적이라는 원만한 인품과 풍부한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기대하기 어려운 결과라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양 병원장은 “(공공의료기관에서) 치과의사로서 올라올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온 것”이라며 “그렇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책임감은 더 커진다. 지금도 어깨가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취임 후에도 정부부처 및 지역 노동관계, 근로복지공단, 보건소 등 유관기관과의 원활한 관계 유지 및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 강화 등에 주력해 온 것도 양 병원장의 ‘힘’이다.
또 지역주민들을 위한 의료봉사와 성금전달 등 적극적인 사회참여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산재전문병원으로서의 전문화 및 특화를 추진하고 진료과목별 성과목표제를 도입, 2006년 대비 2007년 경영수지를 18.6% 끌어올리는 등 ‘CEO’로서의 만만치 않은 성과도 제시했다.
양 병원장은 “공공의료기관으로서 공익성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아무래도 어느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