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부터 ‘은평의 마을’ 봉사활동
동장군이 유난히 기승을 부리던 지난 17일.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사랑의 인술을 전하는 치과인들이 있다.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가톨릭 학생회(이하 카사(CaSa)·회장 서현숙)는 1966년에 설립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동아리로 은평구 소재의 소년의 집, 신림동, 난곡 등지의 복지시설을 방문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오고 있다.
현재 카사는 94년부터 은평구 구산동에 위치한 남성 부랑인 사회복지 생활시설인 은평의 마을을 매주 토요일 꾸준히 방문해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은평의 마을에 마련된 10평 남짓한 치과진료실을 방문하니 이날도 어김없이 10여명의 카사 동아리 소속 10여명의 학생과 카사 출신 개원의 선배인 김성준 원장(구정치과의원)이 진료실에 놓인 4대의 유니트체어와 스탠다드 엑스레이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진료에 여념이 없다.
카사는 현재 학생들을 지도, 감독하는 개원의 선배나 지도교수가 어려운 진료를 맡고 학생들은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며 진료를 수행하고 있다.
진료실에서 정신없이 진료를 돕던 박원종 학생(서울치대 4학년)은 “오늘 졸업식 환송식이 있는데 모두 나와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환송식 전 은평의 마을에서 진료를 하는 것이 이제는 전통이 됐다”며 봉사활동이 학교생활의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했다.
작년부터 격주로 은평의 마을을 찾고 있는 김성준 원장은 “현재 사용 중인 체어와 엑스레이는 모두 카사출신의 선배님들이 직접 쓰던 장비를 기증하거나 업체에서 협찬을 얻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며 “환자 진료에 큰 어려움은 없다”며 구슬땀을 흘렸다.
김 원장은 “단순히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생각 뿐만 아니라 선배님을 비롯한 후배들과 함께 땀 흘리고 정을 나누다 보니 봉사활동이 인연이 돼 선배와 같이 개원하는 등 사회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봉사활동의 보람을 설명했다.
자신의 의원에서 진료를 마치고 후배들을 보기위해 부랴부랴 달려온 이영국 원장(서울부부치과의원)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제일 아쉬운 점은 재료와 장비입니다. 업체의 후원을 받아도 일회성에 그치고 환자들이 많다 보니 재료가 금방 동이 나거나 장비가 고장나기라도 하면 난감하다”고 애로점을 털어놓으며 많은 관심과 업체들의 후원을 당부했다.
은평의 마을에서 1300여명의 행려자들을 돌보고 있는 이 루도비까 수녀는 “시설의 환자들을 데리고 병원을 방문하면 의사 분들이 많이 꺼리고 부담스러워 하는게 사실”이라며 “이렇게 바쁜 시간을 쪼개서 시설을 방문해 주시고 진료를 해주시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일해 기자 jih@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