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마케팅 등 세미나 봇물
시류 편승 ‘묻지마 등록’경계도
사회 전반을 강타하고 있는 불황한파가 치과계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불황극복을 주제로 한 강좌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올해 들어 치과의사들을 대상으로 열렸거나 예정돼 있는 경영 및 재테크 강좌는 벌써 10여개를 넘어섰으며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기세다.
최근에는 경영 강좌 뿐 아니라 전통적인 술식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임상연수회 등도 불황이라는 키워드(key word)와 결합해 참석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전 세계적 ‘D(Depression)의 공포’시대를 맞아 지난해 하반기부터 치과계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가속화됐다.
특히 원인진단 및 대처방안을 찾고자 하는 개원가의 위기의식과 맞물려 올해 세미나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강좌들의 내용도 올해 치과계 및 의료계 경영 전망, 불황 극복 마케팅 전략에서부터 세부적인 치과경영 환경 개선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고 있지만 진료시스템 변화, 환자 관리 등 전통적인 내부 역량 제고방안이 최근에는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참석자들의 경향이나 태도도 사뭇 다르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영이나 재테크 강좌 자체에 거부감이 많았던 50대 이상 치과의사들도 틈틈이 강연장을 찾고 있을 뿐 아니라 젊은 개원의들의 강의 집중도도 한층 더 높아졌다.
수년째 경영강의를 이어오고 있는 모 원장은 “당장 불황이라고 해서 경영강좌에 참여하는 인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등록인원은 조금 준 정도지만 입소문이나 주변 소개를 통해 고정 참여자는 확고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처럼 경영불황을 주제로 한 강좌에 지나치게 무게중심이 쏠리는 것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내가 뒤 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무조건 등록하는 것보다는 비슷한 주제의 강연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 분별력이 전제돼야한다는 것이다.
최근 열린 한 경영 강좌에 참석했다는 경기도 K 원장은 “자세히 들어보면 새로운 이야기는 별로 없다”며 “다만 지난 하반기부터 경영악화로 고민하던 중 동기의 권유로 주말 시간을 쪼개 참석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상반기에 경영강좌를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한 원장은 “장기적이고 건설적인 경영철학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단순한 팁만을 전달하는 강좌도 분명 있다”며 “당장은 그럴 듯 하게 들리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영에 큰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에 경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강좌의 경우 이 같은 경영 세미나 열풍에 편승하려는 기획의도에서 출발하다보니 ‘흥행’에 참패하는 경우도 간혹 나오고 있다. 연자와 주최측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사례다.
또 경영강좌에 나설 수 있는 전문 연자 풀(pool)에 한계가 있다는 점 역시 더 많은 개원의들이 선뜻 강연장으로 발길을 돌릴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