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사평가원에서는 의료기관의 부당청구로 인한 환불액수를 공개했다. 2003~2008년 6년간 총 293억원이 돌려준 금액이라고 밝혔다. 건수로는 6년간 2만7813건이다. 전체 접수건수의 39%를 차지한다. 접수된 건수 중 처리건수는 6년간 6만9929건. 이 가운데 정당하거나 취하하거나 기타 이유로 환불되지 않은 건수는 4만2116건(61%)이다
이런 자료에서 보듯이 통계는 함정이 있다. 이 자료를 원하는 데이터로만 발표할 때 마치 의료기관들 대다수가 부정행위로 건강보험 급여비를 빼먹는 파렴치한 집단 정도로 그려질 가능성이 높다. 전체 급여청구건수와 전체 급여액수는 알려지지 않은 채 부당청구 건수를 발표하고 그 금액만 발표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아마도 심평원과 정부의 이같은 노력이 주효했는지 2003년 이후 해마다 접수건수는 늘고 있다. 환자들이 과거와 달리 의료기관을 불신하는 비율이 높아져 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매년 늘어나는 이 수치에는 또 해마다 늘어나는 급여청구건수도 고려했어야 했다. 그런 고려없이 발표하기 때문에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수치의 함정이라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전체 중 원하는 자료만을 발표할 경우 신뢰가 생명인 의료인과 환자간의 갈등은 깊어져 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발표를 한 심평원과 정부에만 책임을 전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의료인의 각성을 먼저 촉구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의료인으로서 고의적으로 허위 부당청구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가 있던 간에 상응한 처분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행위를 한 의료인을 감쌀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극히 일부 부당 행위자를 제외한 대다수 의료인들까지 이러한 발표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불신과 갈등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여러차례 이러한 점을 지적한 것은 여전히 성과위주의 발표에만 익숙한 기관이나 정부의 자세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허위부당 청구를 적발하고 환불조치를 한 실적을 발표한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부하고자 하는 것은 이로인해 대다수 의료인들까지 불신 받지 않도록 통계수치 하나를 발표하더라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