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끄럽게 울었다고 성대를 잘라버렸다
장애 고양이 신세… 고통세월 다시 없었으면
동료의식이든 정이든 한번 지나간 일을 자꾸 생각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차라리 마음
편하게 먹고 나대로 살아야지. 아이고 모르겠다. 깐돌이가 나간 것은 나간 것이고 마음이
허전한 것은 허전한 것으로 놔두고 편하게 지내자. 이제는 옛날처럼 부질없이 살지 말고,
대범하게 살자. 나도 부하를 거느려 보았고 세상을 살만큼 살았으니 어른답게 행동하자.
어쨌거나 깐돌아, 잘 가서 잘 살거라.
서여사는 친구들과 골프를 치러 가곤 했다. 골프는 상류사회의 상징적 스포츠인 모양이다.
권력이 있거나 돈깨나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골프를 쳤다. 그 부류의 사람들은 골프를 치지
않으면 왕따를 당한다. 말상대도 안 해주고 이방인 취급을 한다. 서여사도 사모님들과 모이면
이야기의 절반은 골프 이야기다. 어느 날인가 현대빌라에 잔치가 벌어졌다. 서여사가
홀인원인가 무언가를 했다는 날이다. 한번에 공을 작은 구멍에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려면 몇 백만 분에 일의 행운이 따라야 한단다. 운동을 하면서 왜 행운을
바라는지 모르겠다. 운동을 할라치면 여러 번 쳐서 몸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운동이지 왜
공을 한번에 집어넣는 것이 더 좋단 말인가? 운동도 안되게 한번에 공을 집어넣고는 좋다고
수백 만원씩 돈을 들여 잔치를 하니 우습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지 작은 구멍에
공을 집어 넣는 데만 더 신경을 쓰면 되겠는가?
사람들은 별난 취미를 다 가졌다. 우리는 펄쩍 뛰어 오르거나, 먹이를 앞발로 모아
공기돌처럼 위로 치켜올리거나, 높은 곳에 누가 더 빨리 뛰어 올라가나 하는 등의 운동으로
몸의 근육을 탄력 있고 순발력 있게 만든다. 이런 것이 진정한 운동이지 많은 시간과 돈을
허비하면서 구멍에 공을 집어 넣는 데만 신경을 쓰는 것이 무슨 운동이란 말인가?
내가 사람이 아니니 골프를 뭐라 말할 필요는 없다. 다만 나를 이뻐해 주고 귀여워 해주는
서여사가 골프를 치니 골프가 좋은 스포츠라고 억지로라도 여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서여사가 골프를 치러 가면 나는 싫다. 깐돌이가 나간 후 서여사가 골프를 치러 가면 집에
아무도 없어서 심심하고 무료하다. 그러나 서여사가 자주 골프를 치러 가니 나는 낮잠만 잘
수밖에 없다.
어느 비오는 날 서여사가 골프를 치러 가지 않았다. 좋았다. 그래서 한바탕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나의 분비물을 서여사에게 묻히면서 애교를 부렸다. 그런데 서여사는 나의 호의에는
관심도 없고 자신의 치장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오늘은 다른 날과 다른 점이 많았다. 보통
골프를 안가면 다른 사모님들이 몰려와 쇼핑을 나간다든가 아니면 수다를 떨기 일쑤인데
나의 애교도 받아주지 않고 사모님들도 오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오늘은 내가 생전 보지
못한 건장한 남자가 왔다. 매우 씩씩한 미남이다.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스스럼없이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더니 벽장에서 술까지 따라 마셨다. 그의 익숙한 태도로
보아 현대빌라 302호가 아니더라도 서여사와 자주 만났고 친밀한 관계인 모양이다. 그런데
서여사의 태도가 더욱 나의 마음을 뒤집어 놓았다. 지금까지 서여사가 나만을 이뻐하고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저 남자가 온 오늘, 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리고 서여사는
서여사대로 속이 비치는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만면에 미소를 띠고는 그 남자에게 애교까지
떨었다. 불쾌했다. 배신을 당한 기분이다. 그러나 나의 기분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그들은
마침내 안방으로 들어갔고, 이상한 행위의 소리가 들려왔다.
저 소리가 도대체 무슨 소릴까?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래, 맞다. 전에
현대빌라 3층 베란다에서 내려다 볼 때 어떤 우리 동료 둘이서 저런 행위와 함께 질렀던
소리지. 그 때 나는 저런 짓을 왜 하는지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 때 그들의
행위와 오늘 서여사의 소리가 어우러져 나도 모르게 내몸의 피가 굼실거린다. 가슴이
저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 팔다리가 쑤시는 것 같기도 하고 얼굴이 화득화득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진모가 나도 모르게 떨린다. 나에게도 서여사의 사랑만이 아닌 내 동료의 애정이
필요한 모양이다. 나는 엉아앙!엉아앙! 그리움의 소리를 마침내 지르고 말았다. 이는
이성(異性)에 대한 그리움의 소리였다. 엉아앙!엉아앙!엉아앙! 공명으로 가득찬 소리는 더욱더
멀리 퍼져 나갔다. 나도 이제 이성에 눈을 뜬 모양이다. 이 때 방문이 열리면서 그 남자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시끄러워 이놈의 고양아!”
“재수 없게 분위기를 망치고 있어”
서여사도 당황한 목소리로
“저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