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종사자 불법행위
병원까지 처벌 규정 ‘위헌’
헌재 “헌법 위반” 판결
의료기관 직원이 불법행위를 저지를 경우 병원이나 사업주(병원장)까지 함께 처벌되는 양벌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의료법 위반행위를 하면 그 법인에 대해서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의료법 조항(제91조 제1항)이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했다.
지난 2007년 8월 강릉의 모 병원은 의료인이 아닌데도 초등학생 19명을 상대로 구강검진을 한 이 병원 직원 김 모씨와 함께 의료법 양벌규정 조항에 따라 의료법위반으로 기소됐으며,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병원 측은 이에 대한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담당재판부는 직권으로 동법(제91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헌법재판소에 심판재청해 헌법재판소가 이를 받아들여 위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책임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라며 “의료법상 양벌규정은 법인이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와 관련해 선임ㆍ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해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까지도 법인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밖에 없게되므로 책임주의 원칙에 반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양벌규정(제91조 제1항) 자체가 임직원의 위법행위가 의료법인의 업무에 관해 행해진 것인지 무관하게 이뤄진 것인지 묻고 있지 않아 의료법인의 업무와 무관한 위법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에 따라 해당 법률 조항은 효력을 상실하고 이 법률 조항을 근거로 유죄를 받은 법인과 사업주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정일해 기자 jih@kda.or.kr